[발언대] 보호가 아니라 고립,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중소기업기술보호법, 10년 만에 개정안으로 재발의
공개된 기술의 영업비밀 '보호' 등 법리적 모순 내포
현실과 동떨어진 입법 피해, 고스란히 중소기업 몫으로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중소기업기술보호법) 전부 개정안과 일부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두 개정안은 공통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이 영업비밀에 속하지 않아도 비밀유지계약 위반 또는 부정 취득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법리적 모순을 가졌다.
바꿔 말해 자신은 비밀성 없는 정보에, 비밀관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에게는 비밀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비밀유지 의무'라고 판단할 법률가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특히 전부 개정안은 영업비밀이 아닌 이미 공지된 일반 기술도 법에 따라 강제되는 계약으로 간주해 중소기업이 보호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한다. 국회가 입법한 법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한강 물'에 사적인 관리의무를 부과하도록 계약을 강제함으로써 거래 상대방에게 관리의무를 덧씌우고 한강 물이 마치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법은 정상적인 경쟁을 부정한 경쟁으로 왜곡할 수 있다. 또 공지된 기술이라 보호받지 못할 기술도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야기해 산업계에 예기치 못한 피해를 떠넘길 우려를 낳는다.
예컨대 대기업은 국내 중소기업과의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협력업체를 찾아 나서고, 중소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미 공지된 기술이 계약상의 비밀유지 의무상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개정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업비밀에 속하지 않는, 평소 비밀로 관리하지 않는 기술도 중소기업이 보호를 주장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다. 이는 기술 유출 법리를 고려하지 않아 생기는 부작용이다.
기업이 비밀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공지된 기술처럼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자신에게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돼 관리하지 않는 기술을 타인에게는 비밀관리 의무를 지우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강요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영업비밀은 한번 유출되면 이전으로 원상회복하기 어렵다. 까닭에 사전유출 방지, 즉 평소에 비밀을 관리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가가 중소기업에 비밀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 해킹이나 유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키운다.
두 건의 개정안은 중소기업과 거래 상대방뿐 아니라 중소기업 취업자에게도 적용돼 개정안이 실제 국회 문턱을 넘으면 중소기업 취업자의 법적 지위까지 위태롭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은 2017년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이 발의됐을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은 중소기업에 큰 피해를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결국은 중소기업기술 침해 행위 요건을 영업비밀과 동일하게 맞추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0년 전 문제가 많다고 지적받았던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이 전부 개정안, 일부 개정안으로 재발의됐다.
더욱이 개정안은 정부가 시정명령, 과징금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만일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중소기업과 거래한 상대방 기업 그리고 취업자는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커진다. 결국 현장에서의 혼란은 중소기업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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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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