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시장 실패가 있고, 정부에는 정부 실패가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플랫폼에도 실패가 있을까. 최근 학계에서 '플랫폼 실패(platform failure)'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미디어학자 호세 판 다이크는 '플랫폼 사회'에서 플랫폼이 사회 전반을 매개하는 구조로 진화했지만, 공공의 가치가 사적 이윤 논리에 종속되며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실패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는 디지털 메커니즘이 효율성을 앞세워 공공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구조적 현상을 의미한다.
플랫폼은 거래비용을 낮추고 연결을 확대하며 혁신의 상징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경쟁은 약해지고, 소수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의존도는 오히려 커졌다. 카카오톡 개편 논란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국민적 소통 수단으로 기능해 온 서비스가 광고·쇼핑·콘텐츠 비중을 확대하자 이용자들의 비판이 거세졌다. 이는 일상적 소통 공간이 상업적 전략을 강화할 때 신뢰의 균열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문제는 정보 플랫폼에서 더욱 구조적으로 나타난다. 네이버는 검색과 뉴스, 쇼핑, 지도에 이르기까지 국내 정보 접근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 네이버를 거치지 않고서는 시장과 여론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문제는 검색·노출·추천을 좌우하는 알고리즘 기준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이 사회적 배분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공적 검증의 대상이 되지 않는 상황은 플랫폼 실패의 전형적 모습이다.
플랫폼 실패가 우려되는 지점은 투명성과 책임성의 약화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추천 알고리즘이 자극적 콘텐츠를 우선 노출해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 추천 구조가 허위 정보 확산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포털 알고리즘의 영향은 크지만, 작동 원리는 여전히 영업기밀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다.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통제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의 대응 역시 쉽지 않다. 플랫폼은 산업과 법의 경계를 넘나들어 기존 제도로는 규율에 한계가 있다. 공정거래법은 데이터 기반 독점 문제를 다루기 어렵고, 규제는 늘 혁신 저해 논란에 직면한다. 과도한 개입은 부담스럽고, 소극적 대응은 공공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낳는다. 시장실패가 가격 기능의 왜곡으로, 정부실패가 행정의 비효율로 나타난다면 플랫폼 실패는 디지털 시스템이 사회적 신뢰를 잠식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해법은 규제와 방임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 알고리즘 운영과 데이터 활용의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단순 규제자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공공성이 작동할 조건을 설계하는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플랫폼 실패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사회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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