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관할 업종 상상초월할 정도로 많아"
기업, 장관 대면 기회없어…억지로라도 만들어야
'배터리 3사 체계 의문' 발언도 현실인식 결여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 배터리 중요성 커져
산업 장관 있을 자리 책상 아닌 현장

[에너지토피아]김정관 산업 장관, '보여주기식 행사'라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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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짜일 30% 줄이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칭찬을 들었다. 김 장관은 "장관 취임 후 보여주기식 행사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업종이 많아 행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며 "이 또한 국민 세금을 이용해 만드는 것인데 행사를 안 만들어야 정상 같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행정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행사를 안 만들어야 정상 같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의 말대로 산업부가 관할하는 분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고, 장관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임 산업부 장관들은 '보여주기식 행사'인 줄 몰라서 간 게 아니다. 그렇게라도 억지로 만들지 않고서는 기업들이 주무 장관과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 장관이 참석하는 현장 행사를 동행 취재하다 보면 주마간산 식인 경우가 많았다. 바쁜 일정을 쪼개 제한된 시간에 진행하다 보니 당연했다. 동선도 제한적이었다. 기자도 이런 걸 왜 하나 싶은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기업의 임원들은 장관에게 한마디라도 더 자기 제품을 소개하고 건의 사항을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와중에 장관이 한마디라도 말을 걸면 고마워서 열변을 토했다.


김 장관이 취임 후 현장을 챙기지 않은 대표적인 산업 분야가 배터리 아닌가 싶다. 지난해 10월 구금 사태가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 합작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것이 유일하다. 그러더니 지난달 배터리 기업 임원들을 불러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배터리 3사 체계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산업부도 이 발언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김 장관의 발언은 최근 배터리 기업들이 잇달아 계약이 취소되는 가운데 나왔다. 배터리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지원을 기대하고 갔던 참석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선 배터리 업계에 대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지 고민이 부족하다"며 "어떤 답을 내놓을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수년간 배터리 산업을 취재했던 기자 입장에서 볼 때 김 장관의 발언은 너무나 현실 인식이 결여된 것이었다. 국내 시장만 두고 보면 3사 체계가 많아 보일지 모르지만 배터리 기업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는 해법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지금 국내 업체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삼원계에만 '몰빵'했던 데서 비롯했다.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 기업들은 모든 라인업을 갖추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김 장관이 평소 배터리 기업 현장을 자주 다니고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생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식의 발언은 쉽게 내뱉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과연 중국 배터리 산업이 어떻게 성장했고 정부가 얼마나 지원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을까.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그의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러트닉은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왜 유럽은 배터리를 만들지도 않으면서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동의했나"라며 "그렇게 하면 중국에 종속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강조하듯 재생에너지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대세라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한국 배터리 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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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김 장관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으로 일하다 산업부 장관에 발탁됐다. 그에게는 아직 엘리트 관료 마인드가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산업 장관이 더 많이 있어야 할 곳은 책상이나 공항이 아닌 현장이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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