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단임제 도입 시 구인난·전문성 약화 우려"
6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70%
3월 임기 만료 당국 '3년 단임제' 검토에
금융권 "독립성보다 구인난 심화" 우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융지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를 황제경영의 방패 세력으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당국이 사외이사 임기를 '3년 단임'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와 달리 구인난 심화와 견제 기능 약화라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국 6년 연임제→3년 단임제 카드 만지작…사외이사 물갈이되나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과 회장 선임 문제로 논란을 빚은 BNK금융까지 6개 금융지주 사외이사 46명 중 70%가 넘는 32명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주별로는 하나금융이 9명 중 8명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 9명 중 7명, KB금융 7명 중 5명, 우리·농협금융이 각각 7명 중 3명이 임기가 끝난다. BNK금융지주 역시 7명 중 6명이 임기가 종료된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이미 한 차례 이상 연임한 상태다. 현재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최초 2년 임기 이후 1년 단위로 최대 네 차례까지 연임할 수 있다. 최장 6년까지 임기를 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릴 여지가 생겼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사외이사 임기 제도를 현행 '최대 6년 연임제'에서 '3년 단임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연임이 경영진이 관여하는 추천 절차에 좌우되는 구조인 만큼 현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데 따른 것이다.
구인난 심화 독립성 약화 우려…문제는 "임기 아닌 인력"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 단임제가 도입될 경우 구인난이 심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다른 업종 지주사의 사외이사보다 훨씬 엄격한 규제와 내부통제를 받는다. 규제는 까다로운 반면 거시경제 분석, 리스크 관리, 소비자 보호 등 특정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군(풀)이 제한적이고, 교수 등 특정 집단에 인력이 쏠리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마저 단임제로 제한되면 사외이사직의 매력도가 떨어져 후보군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 단임제가 시행될 경우 구인난이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지주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조직인데, 단임제가 도입되면 임기를 마친 인사를 재선임할 수 없어 검증된 인재 풀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역시 "일반적으로 이사는 선임 이후 최소 2~3년이 지나야 회사의 사업 구조와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때부터 독립적인 판단과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실질적인 토론이 가능해진다"며 "임기가 너무 짧으면 오히려 형식적인 이사회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사내이사와의 유착을 줄이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경영진 견제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단임제로 바뀌면 사외이사를 더 자주 교체해야 하는데, 이 경우 이사회 전반의 안정성과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사외이사 임기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경영진 감시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 보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사진 다양성 강화를 추구하느라 자칫 영업 비밀이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5일 JP모건이나 미국계 투자은행(IB)의 경우 경쟁사 출신 이사들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교수 출신은 거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권에서는 경쟁 금융사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할 경우 사업 전략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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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괜찮은 이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인력 규모와 수준을 끌어올리지 않은 채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남우 회장은 "문제의 본질은 임기가 아니라 인력"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나서 이사 교육과 양성 과정을 활성화하는 것이 정공법이며, 과거처럼 체계적인 이사 교육·양성 프로그램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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