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물 유통 사이트는 단속과 차단이 반복되는데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논란이 된 AVMOV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특정 사이트 하나가 폐쇄됐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이런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는가, 그리고 그 생태계를 떠받치는 힘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대응은 주로 접속 차단에 머물러 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촬영물 유통 사이트를 심의해 차단하면 국내 이용자의 접근은 일정 부분 제한된다. 그러나 서버가 해외에 있고 도메인 변경이 쉬운 구조에서 차단은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우회 접속 방법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새 주소는 메신저를 타고 빠르게 퍼진다. 기술적 차단은 '문을 잠그는 행위'에 가깝지만, 이미 복제된 열쇠가 널리 퍼져 있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이 반복의 중심에는 분명한 경제 구조가 있다. 불법 촬영물 유통 사이트는 단순 저장 공간이 아니라 트래픽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플랫폼이다.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이는 곧 광고 단가로 이어진다. 일부 사이트는 유료 등급을 운영하며 더 많은 영상 접근권을 판매한다. 이들에게 불법 촬영물은 '콘텐츠'가 아니라 '상품'이며, 그 가치는 이용자의 클릭 수로 계산된다.
여기서 소비자의 위치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불법 촬영물 범죄를 말할 때 흔히 촬영자와 유포자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시장을 실질적으로 유지하는 동력은 소비다.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공급은 형태를 바꿔 계속 등장한다. 법원이 단순 소지와 시청까지 처벌 대상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법 촬영물은 촬영 시점에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유통과 소비가 이어질 때마다 피해가 반복되는 '지속형 범죄'에 가깝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구조는 더욱 선명해진다. 영상이 한 번 온라인에 올라가는 순간, 삭제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전이 된다. 검색 결과와 파일 공유, 재업로드가 이어지면서 피해자는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대응해야 한다. 반면 소비자는 익명성 뒤에 숨어 거의 비용을 치르지 않는다. 이 극심한 불균형이 바로 현재 구조의 가장 잔혹한 지점이다.
수사 현실 역시 이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운영자 추적에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고, 서버 압수는 법적·외교적 장벽에 부딪힌다. 경찰청 사이버수사 부서가 사이트를 폐쇄해도 데이터는 이미 여러 경로로 복제돼 퍼져 있다. 결국 한 곳을 끊는 방식만으로는 전체 유통망을 무너뜨리기 어렵다. 이는 불법 시장의 말단 판매자만 단속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해법 역시 단일 축이 아니라 다층적이어야 한다. 기술적 차단과 운영자 수사는 기본 전제다. 여기에 광고 네트워크 차단, 결제 수단 봉쇄 등 수익 흐름을 끊는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소비 행위에 대한 인식 변화와 법 집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시장 축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보기만 했을 뿐'이라는 태도를 사회가 용인하는 한, 불법 촬영물은 계속해서 돈이 되는 상품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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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MOV라는 이름은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자리를 다른 이름이 채우는 한, 우리는 비슷한 기사를 계속 읽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를 단순히 기술 차단의 성패로만 볼 것이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 타인의 신체와 삶을 어떻게 소비해왔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불법 촬영물 유통 사이트의 재등장은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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