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중기벤처부 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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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간의 부침은 있지만 우리는 바야흐로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포인트)' 시대에 살고 있다. 이 화려한 축포 속에서 유독 코스닥 시장의 'K바이오'는 철저히 소외된 모습이다. 이유는 실적·자금난 등이 아닌 신뢰 문제였다.


연초부터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알테오젠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달 중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회사 측은 "다음주라도 이전과 비슷한 규모의 딜이 나온다"고 얘기했지만 조원 단위의 규모를 기대했던 시장의 열망에 턱없이 부족한 4200억원대 계약으로 주가는 미끄러졌다. 머크와 계약한 키트루다 피하주사제형(SC) 로열티율도 시장 기대치였던 5%가 아닌 2% 수준에 그친 게 뒤늦게 알려졌다. 주가는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코스닥과 바이오의 대장주 역할을 하던 알테오젠의 급락으로 바이오주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사노피로 기술 이전된 파킨슨병 치료 후보 물질이 개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지난달 30일 주가가 20% 떨어졌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은 최근 시가총액의 20%가 넘는 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뉴질랜드 의료 AI 기업 볼파라를 인수하기 위해 발행했던 전환사채(CB) 풋옵션 부담을 덜기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것이다. 최근 들어 일부 언론에서 2000억원대 자금조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회사는 규모와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이 기업은 최근 3년간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회사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그간 바이오텍들은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생존과 확장을 도모해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총 10조원을 넘어서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할 정도로 시장의 외형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차분히, 객관적 정보를 공유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

한국 증시가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지를 떠올려보자. 실적도 실적이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시장 신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효했다. 시장 전체가 투명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첨단 산업이라 자부하는 바이오텍들의 주주 소통 방식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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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바이오 업계는 '돈을 버는 바이오텍'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사업에 주력했던 기업뿐만 아니라 바이오텍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이 함께 일군 성과다. 당장의 주가 방어를 위한 장밋빛 포장지는 걷어내야 한다. 바이오텍은 더 이상 꿈만 먹고 살 수 없다. 주주의 신뢰를 먹고 화답하며 커나가야 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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