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문화 중추'라던 게임…족쇄가 된 주52시간
"현재 어떤 리스크가 있나요?" 2일 게임 업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던진 질문이다. 최근 업황이 좋지 않은데 내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사실 예상 답변이 있었다. 매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게임 업계, 혹은 새로운 경계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공지능(AI)을 리스크 요소로 지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예측과 달랐다. "주52시간제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게임 개발은 못해도 2년 이상 걸린다. 우리가 잘 아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 역시 초기 발매까지 3년의 투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게임 개발 특성상 작업은 막판에 몰린다. 단순히 결과물을 내놓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내부 또는 게임 이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발 막판에 발견되는 버그 때문에 모든 결과물이 무너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상호의존성'이란 게임 개발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게임 개발에는 그래픽, 음향, 코드 등 다양한 요소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문제는 한 요소를 수정할 때 연쇄적으로 함께 고쳐야 할 일이 발생한다. 나의 업무 시간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일할 때 함께 집중해서 작업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이 모든 걸 방해하는 요소가 주52시간제다. 한창 작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노동시간을 모두 채운 게임 개발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나라가 만든 족쇄에 게임 업계가 발목 잡혀 있는 셈이다. 결국 게임사가 택한 건 편법이다. 단기계약직을 대폭 늘리거나 노동시간을 보이지 않게 늘리는, 일명 '그림자 노동' 현상이 생기고 있다. 걸리면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만 어쩔 수 없다. 좋은 품질의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집약적인 노동력 투입이 불가피하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도 말한다. "과도한 노동시간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게임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주 단위로 노동시간을 지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조금 더 유연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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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게임을 "대한민국 문화의 중추"라고 칭했다. 아울러 중국의 게임시장이 한국을 추월하는 등 게임 업계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주52시간제 등 규제가 게임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상황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주52시간을 완전히 푸는 게 아닌, 6개월 단위로 근로시간을 계산하는 '저축계좌제' 등을 고려할 만하다. 무엇보다 게임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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