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쓴웃음…국내 TV 쌍두마차의 승부수는?
더딘 TV 수요 회복·中저가공세 부담
"양보단 질" 프리미엄TV 시장 반격 기회
美텍사스주, 中기업 제재 반사이익 기대
국내 '전자 공룡'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지만 TV 사업부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TV 수요가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 경쟁사들마저 저가 물량 공세로 무섭게 쫓아오고 있어서다. 국내 업체들이 중저가 LCD 시장에선 중국에 밀렸지만, 프리미엄 시장 장악력과 미·중 무역 갈등을 기회로 반격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쇠락하는 TV 시장
3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전년 대비 0.6% 감소한 1억9481만대로 예측했다. 기존 0.3% 감소에서 수치를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모바일의 득세로 TV 교체 주기가 길어진 가운데 지난해 초 불거진 관세 불확실성의 여파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통상 출하량이 급증하는 시기인 지난해 3분기에는 분기별 출하량이 사상 처음으로 5000만대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업황 부진은 국내 전자 공룡들의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전자 VD(TV)·DA(생활가전)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6000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적자 폭이 5000억원가량 확대됐다. 연간 기준으로도 2000억원의 적자가 났다.
LG전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MS 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26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누적으로는 7509억원의 적자가 났다. LG전자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프리미엄과 보급형 제품군 전반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하며 판가 하락과 경쟁 비용 증가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TV 제조 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물론 메모리, 부품·회로용 금속까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TV 제조업체들의 주머니 사정도 빠듯해졌다. 특히 4K TV에 사용되는 4GB DDR4 메모리 계약 가격은 1년 새 4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분기엔 전 분기 대비 60% 더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트렌드포스는 "과거 D램이 TV 부품 원가(BOM)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에 불과했으나 최근 6~7%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브랜드 수익성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신형 TV 모델의 소매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그러나 가격 인상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야 하는 국내 TV 업체들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다. 중국이 '이구환신'(낡은 것을 새것으로 교체한다) 정책의 일환으로 TV를 포함한 가전제품 구매에 전폭적인 지원을 실시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위해 올해 1분기에만 625억위안(약 13조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한 상태다.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TV 업체들은 국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추세다. 리서치 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TV 판매량 기준으로 8.5%포인트 수준이었던 삼성전자와 중국 TCL의 점유율 격차는 2023년 6.6%포인트, 2024년 4.5%포인트로 점차 줄어들더니 지난해 3분기엔 3.6%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다. 카운터포인트 조사에선 지난해 11월 TCL의 월간 TV 출하량 점유일이 16%를 기록하며 1위인 삼성전자(17%)를 턱밑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양보단 질…미·중 갈등도 기회
다만 업계는 중국에 출하량이 역전당하더라도 매출 기준으론 국내 업체들이 선두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고가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중국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3분기 누적)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TV(2500달러 이상) 매출 점유율은 각각 53.1%, 26.1%로 전체 파이의 80%가량을 장악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초대형 QLED·OLED TV 시장의 견조한 수요가 예상된다"며 "초대형 마이크로 RGB TV 등 신제품 입소문(마케팅 버즈)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주목한 건 웹 OS다. 자체 OS가 없는 해외 TV 제조업체를 LG전자의 스마트 TV 생태계로 포섭해 광고?콘텐츠 등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0여년간 LG전자의 웹 OS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 TV는 전 세계 약 180개 국가에서 2억6000만대에 이른다.
중국 기업들을 향한 미국의 보안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미 텍사스주는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하며 TCL, 하이센스 등 중국 TV 업체들의 제품 및 기술 사용을 주 정부 차원에서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내년 4월 TCL과 소니의 합작법인(JV) 출범을 앞두고 발표된 이 같은 규제 리스크는 향후 중국 경쟁사들의 경영 전략에도 적잖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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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주 정부 직원과 공공 기기에서만 중국산 제품 사용을 금지한 것이기 때문에 곧장 국내 업체들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긴 힘들다"면서도 "이러한 사건들이 쌓여 결국 중국 제품을 향한 글로벌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면 경쟁사인 국내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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