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합당이라는 최고 난도 '정치함수'
정치는 이상과 현실의 교집합이다. 절묘한 균형의 지점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 협상의 타협점은 언제나 0과 100 사이 어딘가에 있다. 자기주장만 고집하면 평행선만 이어질 뿐이다. 무엇을 양보할지, 어디까지를 양보할지 고심해 대안을 내놓아야 길이 열린다. 정치는 그래서 어렵다.
난해한 정치 함수에서 최고 난도 문제를 하나만 꼽는다면 합당을 빼놓을 수 없다. 유사한 정치 지향성을 지닌 정당이 합치는 게 어려운 일일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합당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퍼즐이다.
특히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둔 시기의 합당 시도는 더 복잡하다. 정당별로, 정치인별로, 지역별로, 후보자별로 생각이 다 다르다. 욕망이 들끓는 용광로에서 꽃을 피우려는 시도와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는 2월 정국의 화두다. 오는 6월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일 대오로 선거에 임하겠다는 구상. 흥미로운 대목은 이번 합당 시도를 경계하는 건 경쟁 상대인 국민의힘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 구성원 일부도 합당 저지를 위해 힘을 쏟는다.
"코스피 5000을 달성한 날 합당을 발표하는 건 부적절하다." 지난달 22일 합당 제안 시점을 둘러싼 여당 내부의 대표적인 비판 논리다. 일리는 있다. 그러나 시점의 적절성이나 교감 부족 문제는 본질이 아니다. 그것은 곁가지다. 본질을 얘기해야 한다. 그래서 혁신당과 합당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반대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말해야 한다.
합당에 관한 견해 표명을 통해 정치인의 그릇을 확인할 수도 있다. 주장의 역사적 대의와 정당성을 인정받는다면 유력 주자로 떠오를 기회를 얻는다. 반면 이해관계에 얽매여 내린 판단이라고 인식된다면 그의 정치 미래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양당 대표는 합당 논의를 제안했다. 정치인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답을 찾아야 한다. 초반 논의 흐름은 심상치 않다. 정치 음모론에 더해 색깔론까지 나온다. 이해관계가 첨예하니 말도 거칠어진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상처를 피하기는 어렵다. 상처가 두렵다고 논의 자체를 외면할 이유는 없다.
정치에 모두의 만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계 개편 논의도 정치의 일부다. 한국 정치사에는 수많은 합당 시도가 있었다. 정계 개편의 에너지가 샘솟을 때 합당이 성사됐다. 변화의 동력이 부족하면 합당은 불발됐다.
합당 동력을 살려 이상과 현실의 교집합을 찾아내고 싶다면 구태정치 문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분을 나누는 정치에는 비전도, 감동도 없다. 공천과 지도부 배분 문제에 논의가 집중되면 동력 확보는 기대하기 어렵다.
합당을 원한다면 새로운 정당을 통해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그걸 실현하고자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제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단지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 공학으로 인식된다면 여론의 호응은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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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정청래와 조국은 최고 난도 함수를 풀어낼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당내 설득과 합당 협상 과정에서 그들의 정치력은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정치지도자로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지만, 정치력의 한계만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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