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며 싸워도 밥상은 같이" 이희준이 파헤친 'K가족' 미스터리[라임라이트]
중편영화 '직사각형, 삼각형' 연출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론 안 되는 관계의 아이러니 포착"
"배우는 칭찬받고 싶은 아이…멍석 깔아주니 펄펄 날아"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때로는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 배우 이희준이 메가폰을 잡고 천착한 주제는 이 영원한 난제인 '가족'이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중편영화 '직사각형, 삼각형'은 좁은 빌라 거실에 모인 한 가족의 소동극을 통해,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관계의 부조리를 유쾌하고도 서늘하게 해부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인간관계의 해법을 감성이 아닌 '도형'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모티브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었다. 이희준은 "종이로 접어 만든 삼각기둥을 예로 드시는데, 순간 무릎을 쳤다"고 밝혔다. "위에서 보면 삼각형이고, 옆에서 보면 사각형이잖아요. 각자의 시선에서는 보이는 그대로가 정답이겠지만, 냉정하게 짚어보면 실체의 단면일 뿐이에요. 소통의 부재는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시각의 고정성에서 비롯된다는 확신이 들었죠."
영화는 이 믿음이 현실의 문턱에서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좌초하는지를 비춘다. 예컨대 가족들에게 '도형의 이치'를 설파하며 해탈한 표정을 짓던 진준호(진선규)가, 정작 이웃과의 사소한 시비 앞에서는 가장 먼저 핏대를 세우며 선봉에 서는 식이다. 이희준은 "머리로는 이해한다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화를 내는 경우를 자주 봤다"고 말했다. "깨달았다고 자만하는 사람일수록 사소한 자극에 쉽게 무너지는 것 같아요. 알면서도 서로를 할퀴는 모순, 그게 바로 제가 본 인간이고, 코미디의 본질입니다."
비좁은 거실은 이 모순을 극대화한다. 험담과 눈치를 피할 수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가족들이 서로의 숨소리는 물론, 화장실 소음까지 공유하며 밑바닥을 드러낸다. 이희준이 포착한 한국 가족 특유의 '기이한 생존법'은 바로 이 지점에서 목격된다.
"외국 관객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서로 모욕을 주고받으며 다투면 당장 연을 끊고 살아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한국 가족은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밥상머리에 앉아요. 불만이 있어도 '묻고 가는' 기이한 생존력, 그리고 외부의 적이 나타나면 한 편이 돼 싸우는 맹목적인 '원팀 정신.' 그것이야말로 한국 가족 특유의 비릿한 코미디 아닐까요."
이토록 적나라한 난장판을 그리면서도, 영화는 사람에 대한 온기를 잃지 않는다. 서로 물고 뜯는 고성 속에서 가족 특유의 끈끈한 정이 새어 나온다. 이희준이 본업이기도 한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을 꿰뚫고 있어 가능한 연출이었다. 배우들을 치열하게 연습시키되, 촬영장에서는 '놀이'하듯 자유롭게 뛰어놀게 했다.
"배우는 본질적으로 아이 같아요. 신나게 놀고 싶어 하는 존재들이죠. 감독이 정색하며 '틀렸다'고 지적하면 긴장해서 놀이를 멈춰버리고요. 제가 배우라서 그 마음을 잘 알아요. 설령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도 무조건 '좋았다'고 운을 뗐어요. 그러곤 '이번에는 저 문으로 들어와 볼까?'라며 슬쩍 다시 멍석을 깔아줬죠. 그렇게 놀 수 있는 판이 유지되면, 배우들 간에 가족 같은 끈끈함이 생겨요."
이 유쾌한 소동극의 이면에는, 이희준의 자전적 페이소스가 진하게 깔려 있다. 특히 연예인 사위로 불리는 진준호는 그의 분신과도 같다. "친척 모임에 가면 흐르는 미묘한 공기가 있어요. 제 선물이 다른 동서들 것보다 강조될 때의 민망함,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눈치를 보는 가식 같은 거죠. 남들에게 비치는 반듯한 '직사각형'과 실제로는 보잘것없는 '삼각형.'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진준호의 모습이 영락없이 접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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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영화 연출에 대한 욕심을 묻자 그는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관계의 심연을 향해 있었다. "세상 모든 갈등의 시작은 결국 가족이니까요. 모두가 행복하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그 관계의 아이러니, 저는 그게 아직 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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