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의장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
금리는 물가 등 복잡한 상황 고려
정치적 효과 예단은 의미 없어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정치에서 거리를 둬야 한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후임자 지명을 앞두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하게 옹호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발언은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파월 본인은 과연 정치로부터 거리를 유지해 왔는가. 또 그 자리에 앉은 누구라도 정치와 완전히 선을 긋는 것이 가능한 일이며, 바람직한 일인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부담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으로 지명하겠다고 밝힌 케빈 워시 전 Fed 이사에게 넘어가게 됐다.
지난주 파월의 주장은 명확하며 현실적이었다. 지금과 같은 독립적인 체제가 중앙은행이 "완벽하지 않아도 전반적으로 공익에 부합하도록 작동해왔다"는 것이다. 선진 민주국가들은 자국의 중앙은행을 정치인의 직접적인 통제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그 이유가 "통화정책은 선거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ed는 이 같은 유혹에서 자유로운가. 더 중요한 질문은 파월 자신이 그런 압력에 굴복한 적이 있는지 여부다. 만약 그렇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내세운 주장들 역시 설득력을 잃게 된다. 실제로 트럼프 진영은 파월의 Fed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의 캠페인을 돕기 위해 움직인 사례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근거는 2024년 9월의 '자이언트 컷'이다. 대선을 6주 앞두고 Fed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이런 큰 폭의 금리 인하는 드물다. 당시 기준금리는 1년 넘게 동결돼 있었다. 트럼프는 즉각 "경제에 문제가 있거나, 파월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응했다. 이 조치에 대한 트럼프 지지층의 불만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 증폭됐다.
이 사건은 '반(反)파월' 서사의 핵심이자, 겉으로 보기에는 이들의 지적처럼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Fed는 1년 넘게 높은 금리를 유지했고, 직전 회의에서도 인하 신호조차 주지 않다가 선거전 한복판에서 갑자기 금리를 대폭 내렸다. 당시 근원 물가는 3.2%로 Fed 목표 범위를 여전히 웃돌고 있었다. 대선을 겨냥한 결정이 아니라면 왜 그 때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상은 디테일에 있다. 당시 실업률은 '삼의 법칙(Sahm Rule)'으로 불리는 경기침체 지표를 촉발할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이 같은 신호는 시장에 경고음을 울렸다. 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선물시장은 Fed가 대폭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70%로 반영하고 있었다. 이는 시장이 중앙은행에 특정 결정을 압박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호다.
Fed의 결정은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이지 않았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경제학자들이 주도하는 유럽중앙은행(ECB)도 같은 주에 주요 금리를 0.6%포인트 인하했다. 파월은 오히려 '늦은 대응'이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직전 회의 직후 물가가 급락했다는 새 지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Fed가 이를 알았다면 7월에 인하를 시작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트럼프 지지층에도 '빅 컷'을 지지한 이들이 있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경제 참모이자, 지금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고문인 조 라보르냐는 회의에 앞서 "Fed 입장에서 소폭 조정보다 과감한 인하가 더 신중한 선택"이라면서 "25bp 수준의 미세 조정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노동시장이 의미 있는 둔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면 점진적 접근은 충분치 않다고 했다. 라보르냐는 Fed가 2001년과 2007년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도 처음부터 대폭 인하를 단행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파월은 공화당원이며, 그를 발탁한 인물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으나 더 중요한 점은 통화정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Fed가 대선을 돕기 위해 경기 부양을 노렸다면 1년 전에는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 당시 최대 선거 이슈가 인플레이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조기 인하는 민주당에 불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논리를 뒤집으면 민주당도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2024년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인플레이션이었다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파월에게 있다. 2021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본 Fed의 판단은 큰 논란을 불러왔고,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정치적 방해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2020년 대선 국면에서도 파월은 자신을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을 돕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팬데믹 충격이 완화되기 시작하던 시점에도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대선을 2개월 앞둔 2020년 8월 일정 기간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새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발표했다. 이는 금융시장을 선거 직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다. 그해 S&P500 지수는 8% 상승했다.
요컨대 2020~2021년 Fed의 행보는 트럼프를 돕고 바이든을 해치려 했다면 취했을 법한 정책과도 같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아니다'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결정을 정치적 동기로 단정하거나, 정치적 효과를 예단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보여줄 뿐이다.
더 넓게 보면, 통화정책은 대통령에게 역풍으로 돌아오기 쉬운 무기다.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실책은 종종 되돌리기 어렵다. 인플레이션과 실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 분명해질 때는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미시간 웨스턴대의 정치학자 케빈 코더는 Fed의 금리 결정이 '테일러 준칙(Taylor Rule)'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를 대통령 소속 정당과 의회의 핵심 인물, Fed 이사 다수를 지명한 정당 등에 따라 분석했다. 그의 연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저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의회 영향이 더 컸다. 또한 역사적으로 대통령이 우호적인 인사를 통해 Fed를 장악하려 한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의장이나 이사가 될 만한 인물들은 대체로 독립성과 소신을 갖춘 경우가 많다. 워시 역시 예외일 것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대통령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은 필요할 때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Fed를 두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체로 독립적인 인물을 의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존 오서스 블룸버그 선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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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Why Powell Couldn't Have Rigged 2024 If He'd Tried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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