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 엘리움' 브랜드의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 예정

구 목포mbc 부지는 철거와 함께 주상복합 대방 엘리움이 들어선다.사진 장용기 초당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구 목포mbc 부지는 철거와 함께 주상복합 대방 엘리움이 들어선다.사진 장용기 초당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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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동안 지역의 소식을 전해오던 목포MBC 용당동 구 사옥이 최근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2023년 10월 목포역 인근 명륜동 신사옥으로 이전한 뒤 약 2년간 비어 있던 건물은 굴착기의 굉음과 함께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방송국 건물이 아니었다.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거장 김중업(1922~1988)이 생애 말기에 설계한 건축물로, 그의 마지막 숨결이 서린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르 코르뷔지에'에게서 개인 지도를 받은 김중업이 남긴 이 건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철거와 함께 시민들의 기억 속으로만 남게 됐다.

▲ 거장의 곡선미, 땅의 선을 닮다

1989년 준공된 용당동 사옥은 김중업 특유의 '곡선미'와 '역동성'이 집약된 작품이다. 유달산과 용당동 지형이 만들어내는 완만한 선을 닮은 외관은, 당시 권위적이고 직선적인 방송국 건물의 이미지와는 분명히 달랐다.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를 여러 개의 작은 단위로 나누는 '매스(Mass) 분할' 기법은 시각적 위압감을 줄였고, 시민들이 보다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개방적 인상을 만들었다. 1980년대 후반으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입체적 창호 배치와 노출 콘크리트의 질감은, 한동안 '목포 현대건축의 정점'으로 평가받아 왔다.

구 목포mbc 사옥 정면. 사진 장용기 초당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구 목포mbc 사옥 정면. 사진 장용기 초당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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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에게 부정당한 '아픈 손가락'

그러나 이 건물에는 화려한 수식어만큼이나 가슴 아픈 사연이 남아 있다. 김중업 건축가는 생전 자신의 공식 작품 연보에서 이 건물을 스스로 삭제했다.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설계 훼손이 그 이유였다.


당시 건축주의 요구와 공사상의 한계로 인해, 그가 의도했던 세밀한 비율과 공간의 미학이 상당 부분 변형됐고, 이를 확인한 김중업은 "이것은 나의 작품이 아니다"라며 깊은 실망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 건물은 거장의 손으로 지워진 '비운의 유작'이 됐다.

연보에서는 사라졌지만, 건물은 그 상처를 품은 채 35년 동안 용당동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다.


▲ 개발의 이름으로 지워지는 시대의 얼굴

현재 사옥 부지는 매각이 완료돼 '대방 엘리움' 브랜드의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이 추진 중이다. 2025년 12월 시작된 철거 공사가 마무리되면, 거장의 고집과 지역민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공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지역 건축학계의 한 전문가는 "비록 설계자 스스로 부정한 건물일지라도, 그가 고민했던 목포의 풍경과 조형적 실험은 건물 곳곳에 남아 있었다"며 "이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건축물 철거를 넘어, 목포 현대사의 한 장면이 지워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라지는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용당동 사옥의 철거는 하나의 건물을 넘어, 한 시대의 기억을 함께 거둬들이는 과정이다. 35년 동안 지역의 소식을 전하던 방송국, 근대화의 시간을 묵묵히 목격해온 공간, 그리고 거장의 마지막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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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모든 것은 역사 속으로 물러난다. 시민들은 철거 현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거장이 부정했던 '비운의 유작'은 그렇게 목포의 풍경 뒤로 사라지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정승현 기자 koei9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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