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보 게재 준비
"일단 돈부터 들어와야 성과"
투자 이행·가시적 성과 요구 해석

한미 통상 당국이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둘러싼 인식 차를 일정 부분 좁혔다고 평가하는 가운데서도 미국 정부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를 관보 게재 절차에 올리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오해가 해소됐다'는 신호가 나왔지만 행정 절차는 멈추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발언과 실제 조치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요구가 단순한 입법 문제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통상가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미국 측과 화상회의를 열고 후속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는 회의에서 입법 지연과 관련한 설명을 다시 전달하는 한편, 대미 투자 이행과 관세 문제 전반을 놓고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관세 등 한미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관세 등 한미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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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앞서 지난달 31일 방미 일정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관세 인상은 이미 시작된 상황"이라며 미국 정부가 관보 게재 준비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입법 지연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음에도 관세 절차가 병행되고 있다는 점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협상 과정에서의 발언과 미국의 행정 일정이 분리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한 오해 해소와 실제 조치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문제 제기가 국내 입법 여부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상가에서도 미국이 관세 부과 절차를 유지하는 배경을 협상 압박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법안 처리 여부보다 투자 약속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는지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 부과를 위한 행정 절차를 병행할 경우 미국은 협상 주도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합의가 지연될 때의 비용을 상대에게 전가할 수 있다. 즉 협상이 길어질수록 미국은 관세 수입을 확보할 수 있지만 한국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압박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미국이 관세 절차를 멈추지 않는 배경에는 대외 협상뿐 아니라 내부 시간표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 범위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미 행정부가 통상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성과를 계속 만들어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방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관세 정책이 정당하다는 걸 입증하려면 실제 투자나 자금 유입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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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이번 관세 논란은 세율 자체보다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읽힌다. 투자 계획이 문서에 머무르는 단계인지, 아니면 실제 집행을 전제로 한 단계로 넘어갔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관보 게재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측에 일정한 판단을 요구하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역시 미국의 문제의식이 입법 형식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 수위를 조율하는 분위기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특별법 통과 이전이라도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한 사전 준비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는 법적 절차와 별개로 미국이 요구하는 '가시적인 진전'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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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장관이 미국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에도 현지에서 통상 협의는 이어지고 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 장·차관급 통상 라인에서 협의를 계속하며 관세 절차와 투자 이행을 둘러싼 쟁점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 부과 여부와 그 시점을 둘러싼 판단이 향후 협상의 핵심 변수가 되는 만큼, 여 본부장의 협의 결과가 관세 절차의 향방과 직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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