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로봇 일상화된 우크라戰
반도체·배터리의 전략산업화
최근 우크라이나 방산기업인 데브드로이드가 자사 전투로봇이 최전선에서 러시아군 3명을 생포한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겁에 잔뜩 질린 러시아군이 기관총을 겨눈 로봇 앞에 바짝 엎드리는 모습은 흡사 SF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작은 궤도차량 위에 소형 기관총을 얹어놓은 듯한 조잡해 보이는 로봇이지만 인공지능(AI)으로 자율 이동과 공격이 가능하고, 1㎞ 밖에 있는 적도 탐지해 사살 가능한 무서운 로봇이다. 러시아군도 초반에는 이러한 로봇들을 우습게 여겼지만, 무시무시한 살상력을 겪어본 이후에는 싸울 생각조차 못하고 항복하게 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일부 전선에서는 이 전투로봇 1대가 45일 동안이나 러시아군의 파상공세를 홀로 막아냈다고 한다. 로봇은 매 48시간 동안 쉬지 않고 러시아군과 싸운 후, 다시 후방으로 내려와 탄약을 보급받고 러시아군과 또 전투를 벌였다. 이 로봇 덕분에 최전선에 고립될 뻔했던 우크라이나군은 무사히 후방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이 훨씬 강력한 러시아군에 맞서 4년 동안이나 전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로봇의 역할이 컸다. 우크라이나는 일단 인구가 러시아와 2.5배 이상 차이 나는 데다 정규군 숫자도 2배 넘게 차이 나기 때문에 병력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각 전선 중 심한 곳은 10대 1 이상의 전력차가 발생하는데 이 공백을 메꿔준 것이 로봇과 드론이었다.
이러한 전투로봇들이 매일 우크라이나에서 겪는 전투들은 모두 데이터로 남아 신형 전투로봇 개발에 쓰이고 있다. 하늘 위에 무인기(드론), 지상의 전투로봇, 바다의 자율주행 잠수함들이 매일 쏟아내는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전투용 AI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러시아군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점차 드론과 로봇 사용을 늘려가면서 전초전에는 양군의 로봇과 드론들끼리 격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제는 이러한 로봇 전쟁이 당연한 풍경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 2010년대만 해도 전투로봇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에는 반대 목소리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유엔(UN) 산하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그룹이 2014년부터 각국에 전투로봇 개발과 관련한 국제 규범과 규제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아직 그 어떤 나라도 규범과 규제를 만들고 실천하는 나라가 없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강대국들은 로봇군단 만들기에 혈안이 됐다. 미국에서는 아예 전투로봇을 만들기 위해 창립된 스타트업인 '파운데이션'이란 기업에서 2027년까지 5만대의 인간형 전투로봇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키 175㎝, 몸무게 82㎏으로 설계 중인 이 로봇은 인간 군인 대신 모든 전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중국도 최근 중국남방공업그룹(CSGC)이 제작한 늑대로봇을 공개하고 상륙작전 훈련에 군인들과 함께 투입하면서 미국과 대만을 자극했다. 중국의 로봇은 전투 능력이나 품질은 미국에 비해 떨어져도 막대한 물량을 바탕으로 적군의 방공망을 마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규모 인명 살상이 불가피한 상륙작전이나 고착화된 전선 돌파에 앞으로 다양한 로봇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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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래전의 핵심 전력이 로봇이 될 것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로봇 제작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제조업이 아닌 국가 명운이 달린 전략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강대국들은 물론,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자국으로 반도체나 배터리 공장들을 유치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건비나 수익성 문제로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공장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일은 이제 경제부처만의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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