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플러스 폐점은 '재해' 아니라는 정부
중기부·입점 소상공인 2차 간담회
한도 초과에 정부 대책 무용지물
보증 완화 등 추가 대책 검토해야
"정부가 금융지원을 약속해 기대가 컸는데, 현장에서는 대출받은 사람보다 못 받은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중소벤처기업부와 홈플러스 입점 점주들의 2차 간담회는 사나운 성토의 장이었다. 정부가 1차 간담회 당시 약속대로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지원 대상을 홈플러스 전 점포로 확대하고 이전·재창업 요건을 삭제하는 등의 후속 대책을 마련한 뒤 현장 반응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간담회장에 모인 점주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싸늘했다. 정부 설명과는 달리, 현장에선 이 같은 지원책의 효능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내수 침체와 원자재값 인상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받은 기존 대출이 문제였다.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최대한도 7000만원 내에서 실행되는데, 입점 점주 대다수가 홈플러스 폐업 이전에 받은 대출로 이미 한도가 찼거나, 남았더라도 승인 가능한 대출금이 매우 적어 정부 대책이 무용지물이었다.
이러한 엇박자는 금융 지원을 바라보는 정부와 소상공인 사이의 인식 차에서 비롯됐다.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일시적 경영애로'와 '재해 피해'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개인 한도에 따라 대출 여부가 달라지는 전자와 달리 재해 피해 유형은 한도와는 무관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태풍·홍수·호우 등 재난안전법에 명시된 상황이 아닌 만큼 이번 지원책을 일시적 경영 애로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라는 특수한 위기 상황에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재난지원금을 기대했던 점주들 입장에선 이번 대책이 크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리만 낮아졌을 뿐 기존 대출과 다를 게 뭐냐"는 한 점주의 반문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정부 설명대로 정책의 적용 기준을 특정 상황에만 예외적으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형평성 논란도 불러올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입점 소상공인이 기계적인 요건에 막혀 정부 대책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점주는 일반경영안정자금 7000만원을 입점 매장에 투자했지만, 홈플러스 사태로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고 추가 정책자금 지원까지 막혔다고 호소했다.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피해가 되레 추가 지원까지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이란에 '토마호크' 얼마나 퍼부었길래…일본에 '당...
이제 홈플러스 사태로 폐점했거나 폐업할 예정인 점포는 총 17곳으로 늘었다. 앞으로 입점 점주들의 경영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바람대로 재난지원금식의 특별 지원은 어렵더라도, 보증 기준을 완화하거나 한도를 조정하는 식의 추가 대책은 꼭 필요하다. 홈플러스 사태를 왜 '사태'라고 부르겠는가. 법적 의미의 '재해'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하는 태도로는 이 사태를 풀 수 없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