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맥] 두려움과 저항 넘어, AI와 공존 준비할 때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들이 생산 현장에 투입되고 가사 노동을 돕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현대자동차와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 박차를 가하면서 AI가 인간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로봇은 현저히 낮은 비용으로 24시간 쉴 새 없이 일을 할 수 있으니, 생산성에 한계가 있는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진일보한 로봇의 등장은 진정한 산업혁명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신기술 활용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노사 간 합의 없이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본격화된 제1차 산업혁명의 대표 산업이었던 면직 산업에 혁신적인 방직기가 도입되자 일자리 상실을 두려워한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고 저항했던 '러다이트 운동'이 21세기에 재현되는 모양새다.
AI를 둘러싼 기대와 저항은 제조업 생산 현장뿐만 아니라 사회와 경제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또 다른 사례가 의료 분야다. 얼마 전 일론 머스크는 3년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의사를 대체하게 되니 의대 진학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의대 진학 수요가 최고조에 있고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머스크의 발언은 AI 시대에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을 키웠다. 그런데 의료계에서는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 AI를 앞세웠지만, 비대면 진료조차도 오랫동안 반발해 왔던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보다 진보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의사 업무를 대체하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한국이 AI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는 빠른 인구감소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였던 생산연령인구는 향후 10년 내 약 330만 명이 감소하고 20년 후에는 약 1000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부족한 노동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충당하고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는 시대도 곧 끝나고 비용 효율적인 로봇 활용의 수요가 폭증할 것이다. 또한, 의료 수요가 높은 75세 이상 인구는 현재 430만 명에서 2050년까지 1150만 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진료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의료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고 기존 대면 중심의 병·의원과 의사 인력만으로는 급증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혁신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생산 단가 상승에 따른 저성장과 고물가, 그리고 의료비 상승과 같은 사회적 비용 대부분은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선언에 대해 대통령은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으니 그 사회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사회에 적응하려면 사회도 함께 변해야 한다. 첫째, AI 도입으로 일자리 상실의 위험에 직면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고용과 복지 정책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준비가 없다면 AI에 대한 저항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둘째, 필요한 곳에 AI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의 틀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낡은 법과 제도 위에서 로봇과 AI가 활약하기는 어렵다. 셋째, 막연한 AI 투자가 아니라 우리 경제와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AI 투자는 지지받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AI로 대체 불가한 창의적인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을 바꿔야 한다. 이제 두려움과 저항을 넘어 AI와의 공존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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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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