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귀현상까지 일어난 금
트럼프 집권 후 가격 2배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천장 없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제 금 가격은 1온스당 5500달러, 원화로 약 784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1온스가 약 8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돈당 100만원에 가까운 가격이 형성된 셈이다. 불과 1년 만에 2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금을 둘러싼 불안과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하기도 어려워진 금…귀금속 장신구도 만들기 어려워
이번 금값 급등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금 시세가 빠르게 오르면서 귀금속 산업 전반에도 직접적인 충격이 번지고 있다. 단기간에 가격이 과도하게 뛴 탓에 귀금속 업체들은 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거 기업들이 장기근속자에게 10돈짜리 열쇠나 감사패 등을 금으로 제작해 제공하던 관행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금값이 비싸진 데다 실제로 구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은 금 생산 현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에서는 과거 채산성이 맞지 않아 개발을 포기했던 금광들이 다시 가동되거나 재개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중국이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춘절 등 명절을 앞두고 선물용 수요까지 겹치면서 중국이 수천톤(t)의 금을 사들였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약 2000t 수준으로 알려졌던 중국 내 금 보유량이 올해 5000t을 넘겼다는 추정치도 제기된다.
금 매입 열풍은 개인과 기업을 넘어 중앙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값이 계속 오르자 각국이 달러나 다른 기축통화로 보유하던 외환보유고 일부를 금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커진 것이다. 세계금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연간 1000t 이상 금을 사들이고 있다. 과거 연 400~500t 수준이었던 매입량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사실상 국가 차원의 금 매입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값 상승은 은과 백금 등 다른 귀금속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집권 1년만에 금값 2배로 올린 트럼프…시장 불안심리 키워
시장에서는 이번 금값 폭등의 핵심 요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하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20일 2기 집권을 시작했을 당시 금 가격은 2700달러 수준이었는데, 1년 만에 5500달러를 넘기며 2배 가까이 뛰었다는 것이다. 임기 초반부터 관세전쟁을 본격화했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상호관세 압박을 지속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작전과 같은 대규모 군사작전,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주장과 군사적 옵션 검토 등 전례 없는 외교·군사적 마찰도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달러 약세 정책도 금값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가치가 너무 높아 미국 수출 경쟁력이 약해진다고 주장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고, 연준 의장과의 정치적 마찰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확대될 수밖에 없고, 안전자산인 금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이미 금값이 급등한 만큼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 조만간 온스당 6000달러를 돌파하고 연내 7000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특히 이란 문제가 다시 한 번 금값을 끌어올릴 변수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동 지역으로 미군 전력이 배치되고 항공모함 전단이 이동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군사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금값뿐 아니라 국제유가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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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변수로는 미국 정부 셧다운 재개 우려가 언급된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시민이 사망한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커졌고, 민주당이 세출법안 패키지 통과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예산 문제로 셧다운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와 달러 가치에 부담이 커지고, 투자은행들의 ‘셀 아메리카’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금값의 과도한 상승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자산 수요가 강해진다는 것은 시장 불안이 크다는 의미이며, 주요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시아 금융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아시아 자산도 함께 매도될 수 있고, 그만큼 증시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 증시는 지난해부터 빠르게 급등하며 ‘5000피’, ‘천스닥’ 달성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인 만큼, 금값 급등이 경기 우려를 키울 경우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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