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정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에는 20여명의 시민이 침통한 표정으로 줄을 서 있었다.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갑작스레 별세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조문 시간이 되기 전부터 빈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문 대기 줄은 차츰 길어졌다. 한 평 남짓한 로비 공간은 인파로 가득했다.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열댓 명씩 분향실로 들어가 한 번에 조문하는 형식으로 인원을 소화했다. 하지만 장례식장 3층에서 시작한 조문 대기 줄은 2층과 1층을 지나 지하 계단까지 이어졌다.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다. 20~30분 대기는 기본이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현장을 찾았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일정상 발길을 돌리는 일도 있었다.
사흘간 빈소에 머물면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취재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정·재계 유명 인사의 발걸음이 아니었다. 자기 삶을 쪼개서 조문하러 나온 시민의 모습이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장례식장 입구에서부터 오열하며 들어왔다. 출구로 나가면서 취재진을 향해 "정말 존경하는, 좋은 분이었어요"라며 말을 건넨 중년 여성 모습도 생생히 떠오른다.
사람은 관 뚜껑을 덮고 나서야 온전히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영하 10도 한파에도 빈소가 붐빈 건 '민주주의 거목' 이해찬 정신을 떠올린 사람이 많았기 때문 아닐까. 유신독재 시절부터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 정치권 합류 이후에는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제도와 정책으로 뿌리내리는 데 인생을 바쳤던 인물.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오늘 민주주의 역사의 큰 스승을 잃었다"고 슬픔을 감추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정부를 만드는 데 역대 정권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라고 평했다.
정치의 반대편에 서 있던 야당 의원도 그 부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고인은 일생 국가와 정치를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신 분"이라고 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이 땅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헌신한 노력은 후배 정치인들이 많이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더 나아가야 하는데 큰 지도자를 잃었다"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말마따나, 그가 남긴 빈자리를 우려하며 빈소를 찾은 조문객도 적지 않았다. 고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파고들었던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 공고화 문제도 우리의 남은 과제다. 31일이면 닷새간의 기관장·사회장이 마무리되고, 고인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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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가 끝나도 이해찬 정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혐오의 시대를 끝내는 마중물, 정치의 복원은 이제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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