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모든 길은 '주가'로 이어진다?… 조세 중립성, 더 신중해야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5000선을 넘은 날, 대통령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재차 공감을 표했다. 상속·증여를 앞두고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춰 세 부담을 줄이는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그간 주가를 '기업의 얼굴'이라 부르면서도, 승계를 앞두고 주가를 억누르는 행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해법이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행위는 분명 비정상이다. 하지만 그 문제를 조세 제도 개편으로 풀겠다는 접근이 과연 가장 정교한 해법인지는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논의되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미만 상장사가 상속·증여 시 주가 대신 비상장사 평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주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의도적 억누르기'로 일반화할 수 있을까. 산업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설비자산 비중이 높은 장치산업,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의 경우 구조적으로 PBR이 낮게 형성될 수 있다. 다수의 세법 전문가들은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의도성을 단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모든 기업에 동일한 숫자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 모아 지적했다. 의도성에 대한 입증 없이 단일 지표로 과세 방식을 바꾸는 입법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주가 형성 과정에 작용하는 다양한 요인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한 채 특정 지표 하나를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또 하나 짚어볼 대목이 있다. 주가를 누르는 행위라는 자본시장 질서의 문제가, 과연 조세 제도로 풀어야 할 사안인지다. 악의적 공시나 의도적 주가조작이 있다면 이는 자본시장법으로 다스릴 사안이다. 조세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시장을 직접 조정하는 도구로 쓰이기 시작하면 중립성 훼손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 참여자들이 세 부담을 의식해 경영 판단이나 상장 여부를 달리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상속·증여세를 손봐야 한다는 필요성과는 별개로, 이번 논의 전면에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정책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났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렵다. 상속·증여세 개편이 '조세 정의'를 위한 제도 논의가 아니라 '증시 부양 패키지'의 일부처럼 읽히기 시작하는 순간, 제도의 정당성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조세는 정책 수단의 하나지만 그 경우에도 필요 최소한의 최후 수단이어야지 주가를 떠받치는 즉각적인 레버가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함은 분명하다. 다만 그 해법이 PBR이라는 단일 지표를 기준으로 과세 방식을 바꾸는 일률적 입법이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의도적 주가 조작에 대한 엄정한 사후 제재, 객관적 요건에 기반한 선별적 접근, 상속·증여세 전반에 대한 구조적 논의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이란에 '토마호크' 얼마나 퍼부었길래…일본에 '당...
코스피 5000 이후 우리 증시의 과제는 '더 빠른 상승세'가 아니라 시장과 정책의 지속 가능한 신뢰다. 조세를 흔들어 주가를 떠받치는 방식이 그 신뢰를 키우는 길인지는, 모두가 축포를 터뜨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번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