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필독法]혁신의 과실은 누가?…규제 샌드박스의 신뢰 붕괴
안희철의 스타트업 필독法
금융위원회의 증권선물위원회는 1월 7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와 관련해 '한국거래소·코스콤'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NXT)·뮤직카우' 컨소시엄으로 좁혀졌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이로 인해서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혁신금융사업자로 조각투자 서비스를 수행해온 루센트블록은 선정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다만 이로 인해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곧바로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고, 이후 14일로 예정됐던 예비인가 발표를 연기했다.
위와 같은 증권선물위원회의 발표는 규제 샌드박스가 반복해 온 핵심 약속, 즉 "먼저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증명한 자가 제도화 국면에서 정당한 지위를 인정받는다"는 신뢰를 흔든 발표였기에 스타트업 생태계는 분노했다. 특히 루센트블록이 예비인가에서 배제될 경우 혁신금융사업자 지위 소멸로 법인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논란을 키웠다.
규제 샌드박스는 단순히 규제를 잠시 풀어주는 장치가 아니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해 시장 출시를 돕는 한편, 그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장치, 감독·보고, 사고대응, 지속가능성 등 엄격한 조건을 부과해 위험을 검증하도록 설계했다. 핵심은 '실증' 그 자체가 아니라 실증을 통해 안정성과 적합성이 확인된 모델을 제도권 인허가로 연결하는 브리지 기능이다. 특히 일정 요건을 충족한 혁신금융사업자에게 배타적 운영권(2년 범위)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규제 리스크를 감수하며 시장을 개척한 선도자에게 부여되는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이다.
이번 사안이 더 큰 문제로 번진 이유는 제도 설계와 심사 방향에서 '혁신선도 노력'이 후순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첫째, 예비인가 기준이 혁신성과 실증 성과보다 인프라·자산 보유 역량에 과도하게 기울었다는 비판이 있다. 둘째, 인가를 최대 2개로 제한한 정책 설계는 구조적으로 퍼스트무버(First Mover) 보상 메커니즘을 약화시킨다. 셋째, 퍼스트무버인 루센트블록과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인 넥스트레이드 간 영업비밀 침해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특정 컨소시엄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 점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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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을 통해 안정성과 적합성이 확인된 스타트업이 정식 인허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명확한 신호가 없으면, 규제 샌드박스는 껍데기로 전락한다. 이번 사안은 특정 기업의 성패를 넘어, 대한민국이 혁신을 어떤 방식으로 보상하고 제도화하는지에 대한 테스트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득권이 혁신의 과실을 사후적으로 흡수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전반의 혁신 산업 기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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