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700억달러 대비 급증
채권시장도 AI 쏠려 완충 역할 우려
일각선 충격 제한 전망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미 채권 시장의 큰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빅테크가 올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4000억달러(약 573조원)를 조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채권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채권 시장 전반이 인공지능(AI)이라는 단일 위험 요인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10대 차입자 중 절반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중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가 될 전망이다.

메타(오른쪽부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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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와 관련 기업들이 올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4000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700억달러, 2024년 440억달러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JP모건은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부문이 현재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을 대표하는 벤치마크인 'JP모건 미국 유동성 지수'에서 14.5%를 차지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 지수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더 크다. JP모건은 AI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까지 2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빅테크가 채권 시장에서 큰손으로 거듭나며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막대한 AI 자본 지출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AI 버블 붕괴로 이어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양쪽 모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채권 시장의 주요 차입자는 대형 은행과 통신사로 구분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채권 시장은 기술주 중심의 주식 시장의 붕괴 시 충격파를 완화할 수 있는 완충 시장으로 꼽혔다. 로렌 와간트 T 로 프라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빠른 AI 확장이 그간 비교적 조용했던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며 "과거보다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분산 효과는 줄어든다면 아마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투자 열풍이 유틸리티와 산업재 등 관련 부문의 수요도 증가시켰기에 AI 노출도가 보기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폴로 애널리스트들은 "발행 주체와 업종 전반에 걸쳐 분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점점 더 하나의 AI에 대한 거시적 베팅을 의미하게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관련 회사채 발행 급증은 이미 부채가 많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S&P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오라클이 지난해 9월 채권시장에서 180억달러를 차입한 이후 오라클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는 0.7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신용등급이 높은 만큼 AI 버블이 터지더라도 그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존 로이드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 멀티 섹터 크레디트 부문 글로벌 총괄은 알파벳과 메타 같이 현금이 풍부한 기업들은 신용등급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차입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여전하다며 "만약 AI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면 주식에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이들 기업의 신용도는 여전히 매우 견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너새니얼 로젠바움 JP모건 전략가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높은 신용등급 덕분에 채권 발행량이 급증해 투자등급 채권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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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달러 가치 하락이 "훌륭하다"고 발언하는 등 약달러 정책을 밀고 있다. 이러한 정책 환경과 맞물려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이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risk-on)로 받아들여지면 자금이 위험자산과 비달러자산으로 이동하며 달러 약세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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