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역의사제 '의대 찬스' 안 되려면
단순 선발인원 확대 넘어
정교한 '정착 유인책' 필요
"단순히 의대 진학이 쉬워지는 수단으로 바라보면 되겠습니까. 학생의 인생 전반이 걸린 문제일 수 있잖아요."
지역의사제가 의대 입시 통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7일 지역 의료 격차 해소와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제도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소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해야 하고, 전공의 수련을 다른 지역에서 하면 의무복무 기간이 4~5년 더 늘어나며, 군 복무까지 포함해 30대 중반에서 40대까지는 그 지역에서 근무해야 하는 만큼 입시전략의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건 잘못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개인의 삶을 좌우하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일이니 사명감을 갖고 신중히 지원해야 한다는 경고이자 호소로 들렸다.
하지만 학원가에선 지역의사양성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자마자 이를 '의대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홍보하고, 입시컨설팅 업체에선 '지방 유학' 등을 부추기며 과열 조짐마저 보인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지역의사 선발전형에 지원이 가능한 인천과 경기, 충청권에 위치하면서 내신 성적을 받기에도 유리한, 학생 수 많은 고교 명단까지 뽑아 들고 의대 합격 가능성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전날 발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지역의사제가 시행되면 지역 의대에 진학할 의사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그 이유 역시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 같아서(40%)'와 '의사가 되고 싶어서(39%)'였다.
학생과 학부모들 머릿속에선 이미 이런 계산이 돌아가고 있다. '의대 합격선에 살짝 못 미치는 성적이라도 지역의사 전형에 도전해볼 만하구나. 기존 의대 정원에 지역의사 전형이 추가돼 전체 정원이 늘고, 의대 중복 합격으로 빠져나가는 순번도 많이 돌 테니 합격 가능성이 커지겠지? 구리나 남양주는 서울과 다름없고, 지역에서 필수과목까지 전공하면 수련 마치고 5~6년만 의무 복무하면 되겠네. 서울에 병원을 둔 지역 사립 의대라면 의무 복무 후 옮겨가기도 수월할 테고. 올해 아쉽게 의대 입시에 실패한 지역 졸업생이라면 당연히 반수해야겠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이란에 '토마호크' 얼마나 퍼부었길래…일본에 '당...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정책의 선한 의도가 의대 지상주의라는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단순히 선발인원 확대를 넘어 이들이 훗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보다 충분하고 정교한 유인책이 여전히 절실하다. 지금처럼 "의대 가려면 지방으로 이사 가라"라는 식의 입시전략이 더 현실적으로 들리는 한 지역 의료의 미래도, 교육의 정상화도 둘 다 놓치기 십상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