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이미 과부하…의대 증원보다 교육 여건 점검해야"
의대 강의·실습·평가 전방위 병목
학생·교수들, "교육붕괴 현실화" 주장
의과대학 정원 확대의 여파로 교육 현장이 과부하에 빠졌다는 의대생과 의대 교수들의 토로가 잇따르고 있다. 2024·2025학번이 함께 수업을 듣는 '더블링'을 넘어 사실상 '트리플링'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강의실·실습실 부족과 성적평가 혼선, 학생 불안이 겹치면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과 한국의학교육협회는 27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 II'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고, 의대 증원으로 어려움을 겪는 의학교육 현장의 실태를 진단하고 의학교육 정상화 해법을 모색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채희복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는 "10여년간 증원을 요청했지만 외면받다가 갑자기 대규모 증원이 배정됐다"며 "교육 준비가 된 상태에서 현장이 감당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충북대의 경우 2024학번이 교양 수강 후 휴학에 들어가며 교육 과정이 꼬였고, 전공의 지원과 수련 여건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정원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증원·더블링 상황에 대한 학생 설문 결과도 소개했다. 그는 "'충북 출신이라 지역에서 의사하려 했는데 이제는 유급이나 안 하고 미국 가는 게 인생 목표다' '교수들이 병원이나 강의실 규모를 맞추기 위해 대량 유급시키고 정리하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느낀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건의사항으로는 '적당히 교육해서 졸업시켜달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박훈기 한양대 의대 교수(한국의학교육학회장)는 더블링 상황에서 강의는 합반으로 버티더라도 실습은 대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부학 실습은 시신 1구당 8~10명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실습실·장비가 병목되고 있다"며 "온라인·하이브리드 수업도 형평성 논란과 학점 문제로 학생 의견이 갈린다"고 했다. 이어 "소그룹 피드백 수업, 참여형 수업은 더블링에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성적평가·장학 등과 맞물린 석차 문제로 전산과 학사체계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동균 학생 대표(부산의대 24학번)는 "원래 3000여명을 기준으로 설계된 교육 시스템에 6000명 이상이 동시에 들어온 구조"라며 "150~200명 단위 합반 수업, 책상 없는 극장식 강의실, 음향 불량의 미러링 강의가 일상이 됐다"고 호소했다. 일부 대학에서 나타나는 실습 축소·영상 대체 사례와 '대량 유급' 발언이 주는 공포, 학생자치기구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소통 붕괴도 지적했다.
그는 "졸업 후 국시·인턴·전공의 과정에서 수련 정원이 감당될지 결정된 바가 없다"며 "최소한 교육 붕괴를 막기 위한 분리 졸업 등 구조조정도 현실적 선택지"라고 주장했다.
김형중 '환자를 위한 의료정책을 생각하는 사람들' 대표는 "수련이 막히면 상당수 졸업생이 필수의료가 아니라 미용·시술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필수의료 문제를 의사 개인의 희생으로 풀 수 없고 법적 위험과 보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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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번 간담회는 현재 교육과정 현실, 임상시험 과제 등 현재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의대 증원 논의에 앞서 교육 원칙을 다시 잡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의학교육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오늘 논의된 내용들이 향후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끝까지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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