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酒류 시대]②조정 끝난 맥주…'선택의 경쟁' 시작됐다
2026 주류시장 전망
작년 수입액 2억1581만달러 '반등'
일본은 일상주…유럽 맥주는 취향 소비로 이동
확장보다 '언제 마시느냐' 설계가 성패 가를 전망
국내 맥주 시장이 긴 조정 국면을 지나 재정비 단계에 들어섰다. 종량세 전환 이후 한동안 이어졌던 프리미엄·다양화 실험은 고물가 환경 속에서 힘을 잃었지만 지난해 수입 맥주 지표는 시장이 다시 한번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이번 변화는 외형 성장이 아니라 가격·채널·제품 구성이 재배치되는 과정에 가깝다. 맥주는 판매 지표보다 선택 시점을 둘러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1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2억1581만달러(약 3130억원)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맥주 수입액은 2021년 2억2310만달러에서 2022년 1억9510만달러로 감소한 뒤 2023년 2억1822만달러로 반등했다. 2024년에는 2억527만달러로 다시 줄었지만 지난해 재차 증가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수입량은 큰 폭의 증감 없이 박스권을 유지했다.
수입액 반등, 소비 회복보다는 가격 정상화
지난해 수입액 반등은 소비 급증의 결과가 아니다. 2024년까지 이어졌던 가격 하락 압력이 일단락된 것이다. 맥주는 소비 채널 이동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주종이다. 주점과 펍 중심이던 소비가 집과 소매 채널로 이동하면서 평균 단가는 빠르게 낮아졌고, 여기에 편의점 중심의 공격적인 판촉이 겹치며 수입액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재고 조정과 과도한 할인 경쟁이 정리되면서 일부 제품군에서 가격 저항이 완화됐다. 시장이 다시 고가로 이동했다기보다는 지나치게 낮아졌던 가격이 제자리를 찾은 데 가깝다.
국가별 수입 구조는 이러한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일본은 2025년 수입액 7915만달러(약 1150억원), 수입량 9만9745t으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 일본 맥주는 프리미엄보다는 일상 소비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가격 변동성이 낮고 채널 회전율이 높아 '행사에 기대지 않아도 잘 팔리는 맥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독일·체코·벨기에 등 전통 유럽 맥주는성격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일상적으로 집어 들던 수입 맥주였다면 최근에는 '가끔 찾는 맥주'로 위치가 이동했다. 상시 소비보다는 특정 브랜드나 스타일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시장 전체 물량을 키우는 역할에서는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이는 수입 맥주 시장이 더 이상 다양한 맥주가 많이 팔리는 구조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소비자는 여전히 유럽 맥주의 전통과 개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일상적으로 소비할 만큼의 여유는 줄어든 것이다. 그 결과 수입 맥주 시장은 대량 소비 영역과 취향 소비 영역이 명확히 갈라지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해외 시장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모델로'·'코로나' 등 멕시코산 프리미엄 맥주를 앞세운 콘스텔레이션 브랜즈(Constellation Brands)가 오랜 기간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최근에는 소비 둔화로 물량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이 회사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가격 인상보다 제품 구조 조정과 유통 효율 개선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저칼로리·무알코올·플레이버 제품을 기존 브랜드 안에서 확장하고, 외식 채널 비중을 조정하며 소비 접점을 관리하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오비는 회전율, 하이트는 균형
국내 맥주 업체 가운데 오비맥주는 최근 몇 년간 시장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해온 곳으로 꼽힌다. 과거처럼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이미 잘 팔리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통과 판촉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맥주가 새로움보다 회전율에 의해 성과가 갈리는 술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받아들인 전략이다.
맥주는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더라도 가격 인상 여지가 크지 않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주종이다. 반면 생산 가동률과 물류 효율이 흔들리면 손익은 급격히 악화된다. 오비맥주가 브랜드 수를 늘리기보다 핵심 브랜드를 중심으로 채널 장악력과 판촉 효율을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제품은 시장 확대 수단이라기보다 기존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역할에 가깝다.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close 증권정보 000080 KOSPI 현재가 16,840 전일대비 240 등락률 +1.45% 거래량 91,820 전일가 16,600 2026.04.03 15:30 기준 관련기사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 "신사업 육성·글로벌 성과 내겠다 " 하이트진로, 백년가게와 상생협력 MOU 체결 "이모님 이거요" 하는 대박상품이 없다…주당 실종에 '술술' 안 풀리는 국민주[비酒류 시대]① 는 맥주를 시장 확대의 수단이라기보다 전체 주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한 축으로 보고 있다. 소주와 맥주를 함께 운영하는 상황에서 맥주는 공격적으로 키워야 할 사업이기보다는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일정한 존재감을 유지해야 하는 영역에 가깝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의 맥주 전략은 확장보다 관리와 균형에 방점이 찍혀 있다.
2020년 주세법 개정을 통한 종량세 전환은 맥주 시장에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다. 가격이 아니라 용량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면서 원가가 높은 수입 맥주나 수제 맥주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실제로 시장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스타일의 맥주가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고물가 환경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는 새로운 맥주를 계속 시도하기보다는 다시 익숙하고 부담 없는 선택으로 돌아섰다. 그 결과 현재 맥주 시장에는 실제로 소비가 유지될 수 있는 범위의 제품들만 남게 됐다.
맥주 경쟁은 '물량' 아니라 '선택되는 순간'
올해 맥주 시장은 소주처럼 물량이나 점유율을 놓고 정면 승부를 벌이는 구도로 흘러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시장은 한 차례 확장을 거친 뒤 조정 국면을 지나왔고, 소비 여건 역시 다시 외형을 키우기에는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맥주는 어떤 상황에서 선택되는 술인가를 둘러싼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 일상 음용 영역에서의 경쟁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RTD, 하이볼, 무알코올 주류가 빠르게 자리를 넓히면서 맥주가 차지하던 '가볍게 마시는 술'의 영역을 나눠 갖고 있다. 이들 주종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편의성과 명확한 음용 장면을 앞세워 맥주의 선택 빈도를 잠식하고 있다.
맥주의 과제는 분명하다. 가격을 낮춰 물량을 늘리는 방식보다 맥주가 어울리는 소비 장면을 얼마나 또렷하게 만들어내느냐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인지, 외식에서 음식과 함께 곁들이는 술인지, 혹은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술인지에 따라 성과는 크게 갈릴 수 있다. 맥주가 다시 '모두를 위한 술'이 되기보다는 각각의 상황에 맞는 선택지로 자리 잡는 과정에 들어선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올해 맥주 시장의 변화는 급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수입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반등한 수준을 중심으로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국내 업체들 역시 공격적인 신제품 확대보다는 채널별 역할 정리와 제품 구성 조정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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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는 지금 다시 많이 팔아야 하는 술이 됐다기보다 언제 선택돼야 하는 술인지가 더 중요해진 시장"이라며 "올해는 외형을 키운 기업보다 소비 장면을 명확히 설계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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