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안락사 등 미리 결정
장기 기증 '지우고 떠나기' 결심

[논단]70대 노인의 마지막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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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표에 의하면 내 나이의 기대여명(Remaining Life Expectancy)은 평균 13년으로 85~86세 정도까지 산다고 되어 있다. 13년이란 기간은 짧다면 짧고 특별히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은퇴자로서는 긴 시간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105세에도 정정한 김형석 교수 같은 분이 있는가 하면 젊은 나이에 요절(夭折)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 남성의 건강수명(Health-Adjusted Life Expectancy)이 69.4세라 하니 통계상 기대여명 기간 내에 언제라도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결론이 된다.

강남의 스포츠 센터의 회원으로 30여년이 되었다. 현업에 있을 때(나이가 더 적을 때)는 시간도 없고 의지도 없어 운동은 안 하고 주로 냉·온탕 목욕만 하며 그것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위로하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나이 70이 넘어 30여년 지켜본 80대 선배들을 보니 쟁쟁하던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몸이 무너지고 있음을 본다. 그것도 몸의 여기저기에 수술 자국이 있고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가장 크고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니 명은 어떻게 못 한다 해도 건강수명을 최대한 늘리는 일이다. 어렵게 시작했어도 나름 사회생활 잘 마무리하고 자식 교육 잘해 제 갈 길 가고 있으니 내 건강만 지키면 된다. 어느 날 갑자기 가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치매로 정신 못 차리거나 뇌진탕이나 낙상 등으로 가는 날까지 누워 지내야 한다면 최악이다. 보험회사 광고가 떠 오른다. 늙어서 아프면 가족도 병이 생긴단다. 간병이란다.


최악의 사태를 막아 가족에게 누가 되지 않고 국가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생각에 미치니 아찔해졌다. 독하게 마음먹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실내운동을 2시간씩, 야외 운동으로 골프, 등산, 수영을 틈나는 대로 하고 먹는 걸 원칙을 갖고 조절해 체중부터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우선 비만(체지방률), 지방간을 포함한 간 수치, 당뇨 및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악을 쓰고 낮췄다. 중병에 걸릴 인자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노년 빈곤율, 노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 한다.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노년의 삶이 정신적으로 어렵게 하는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가족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배우자, 자식, 손주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가급적이면 같이 하는 활동도 늘려야 한다. 운동, 여행, 산책, 등산 등을 통해 남은 생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사회활동이 끊겼다 해도 집안에 머무르지 말고 밖에 나가 누구라도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 그것도 젊은 사람들을 만나 멘토링도 하고 또 배우기도 해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 상호작용을 늘려야 무력감에 빠지지 않고 정신 건강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이나 산책을 하며 자연과 호흡하고 여행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환경을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건이 주어지면 사회적 기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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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단단히 준비해도 언젠가는 가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숙제는 어떻게 가느냐이다. 윤석화 배우처럼 항암, 연명 등의 치료를 거부할지, 안락사를 택할지, 호스피스를 받을 것인지, 가족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과 어떻게 작별할지 결정이 어렵고 결단이 필요할 듯하다.

그러고도 남는 것이 시신의 처리, 장례, 신변정리 등 뒷수습이다. 나는 아직 가족들과 상의하지는 않았지만, 장기나 시신 기증과 더불어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마음먹고 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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