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판가 인상에 가동률·재고 지표 개선
실적 눈높이 상향…재평가 가능성 커져
스판덱스 가격이 반등하면서 여의도 증권가가 효성티앤씨 를 주목하고 있다. 섬유·화학 업종은 오랜 기간 수요 둔화와 공급 부담이 겹치며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만들지 못했다. 최근 판가 인상과 함께 가동률 상승, 재고 일수 감소 등 긍정적인 지표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효성티앤씨가 주목받는 이유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생산업체로 시장 점유율 약 30%를 차지하며 글로벌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업 부문은 스판덱스와 PTA, 나일론 원사 등을 생산하는 섬유와 화학, 철강 제품 등을 트레이딩하는 무역 및 기타로 나뉜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0년부터 2025년 사이 중국 스판덱스 공급은 연평균 13% 증가한 반면 수요는 8%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중소 업체가 퇴출당하고 상위 업체 가격 결정력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중국 내 점유율 약 16%를 차지한 기업의 파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며 "다운사이클이 4년 이상 장기화함에 따라 한계기업이 발생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발 판가 인상…"기다렸던 신호"
업계 구조 변화는 가격으로 먼저 반영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 스판덱스 업체들은 올해 1월 판매가격을 톤당 1000위안 인상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대호황을 기점으로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이후 중국 가격은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왔다"며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올해 제한적인 증설로 업황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격 인상은 단순한 이벤트라기보다 수급 환경 변화의 결과에 가깝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스판덱스 수요는 105만t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방 수요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재고 일수도 지난해 초 55일 수준에서 현재 30일 후반 수준으로 짧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스판덱스 가동률은 지난해 초 70% 후반에서 현재 85%까지 상승한 점도 수요 회복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중국 춘절 이후 원단업체 가동률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고, 원단업체들의 원재료 재고 일수는 상대적으로 짧다. 재고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주문이 재개될 경우 스판덱스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부담이 확연히 낮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장기간의 다운사이클로 중국 스판덱스 시장에서 중소형 업체들이 설비를 축소하거나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 중소 업체 수는 10년 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위 업체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진행 중이다. 중국 스판덱스 연간 생산량은 150만t이며 효성티앤씨를 포함한 상위 5개사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주요 업체들의 증설 속도가 둔화한 가운데 수요 증가율이 이를 상회하면서 공급 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스판덱스 수요는 약 8만~11만t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규 증설 규모는 최대 3만t으로 지난해 증설 규모 17만t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판가 인상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스판덱스 산업의 비용 구조 때문이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소재 산업 특성상 가동률이 올라가는 구간에서는 영업 레버리지가 크게 작동한다. 판매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회복하면 매출 증가보다 이익 개선 폭이 더 커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핵심 변수는 스프레드, 즉 원재료 대비 판매가격 차이다.
효성티앤씨의 경쟁력은 더욱 부각된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서 업황이 회복될 경우 판매량과 가격을 동시에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이 타이트해질수록 고객사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상위 업체로 주문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수급 밸런스 개선으로 스판덱스 사업 가치 재평가를 기대한다"며 "글로벌 2위 업체인 중국 화펑의 스판덱스 1만t당 가치는 1657억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효성티앤씨 목표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비교 기준으로 보더라도 효성티앤씨의 사업 가치는 재평가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영증권은 효성티앤씨가 올해 영업이익 3305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예상치보다 27% 늘어난 규모다. 신홍주 연구원은 "현재 효성티앤씨는 중국 업체들과 비교 시 수익성과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앞서 있으나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올해 3월 이후 판가가 본격적으로 상향되거나, 3위 업체의 파산이 가시화된다면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원가 변수는 점검 대상이다. 스판덱스 주요 원재료인 부탄디올(BDO) 가격 흐름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판가 인상이 이어지더라도 원재료 가격이 급등할 경우 마진 개선 속도는 제한될 수 있다. 결국 업황 반등의 질은 가격 인상 지속성과 원가 안정이 동시에 충족되는지에 달려 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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