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을 판다면 그 값어치는 약 1500만원(원가 1만달러) 정도다. 18K 금덩어리로 추산한 값이다. 이 상을 가장 높은 가격에 판 사람으로는 2021년 수상자인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꼽힌다. 그의 상은 1억350억달러(1495억575만원)에 팔렸다. "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책임을 느낀다"며 "매각자금으로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돕겠다"고 내놓은 메달이었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던 그의 정신은 익명의 자산가를 움직였다.
노벨 평화상은 '독재 정권 붕괴와 20여년간 지속한 민주화 항쟁의 정점을 찍어준 누군가'를 치하하기 위해 쓰이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지난해 이 상을 받은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건넸다. 미군이 지난 3일 베네수엘라를 급습해 군부 독재 정권의 수장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것을 기린 행동이었다.
노벨위원회가 위치한 노르웨이의 지식인들은 "한심한 결정"이라거나 "차기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정치적 헌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마차도가 노벨상을 받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개인의 영달을 위한 선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에서 비롯된 미덕'이라는 스피노자식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평화를 원한다면 적과 협상하라'고 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대통령식의 전략을 따른 것이라 판단한다.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서야 하는 것은 상을 덥석 받아 든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난해 재임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미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파리기후변화협약,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탈퇴했다. 전통적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관세를 물리기도 했다. 이런 그를 두고 위원회는 "메달이나 상장이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더라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누구인지는 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2018년 북·미정삼회담을 성사한 이후 지금까지 노벨 평화상을 내놓으라고 노골적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총리에게 그린란드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당신의 나라가 8개 이상의 전쟁을 중단시킨 나에게 노벨 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기에, 나는 이제 평화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휴전 기념 굿즈(Goods)'를 주지 않았으니, 북유럽의 평화는 '서비스'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외신은 "노벨 평화상을 주는 곳은 노르웨이 정부가 아니다"라거나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 아니라, 노벨상은 관세 협상을 잘하기 위한 조공이 될 수 있으니 잘 판단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가 재임한 1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미국에 이로운 관세 협상을 맺었다. 그의 리스트에는 아직 많은 국가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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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압박 속에서 위원회가 상을 지켜낸 것은 가상하다. 노벨 평화상이 단순한 금 덩어리(196g)가 아니라, '반전의 상징'이 되거나, '민주주의 발전에 기폭제'로 쓰이게 되는 것은 이런 긍지가 근간이 된 결과다. 올해도 9월이면 노벨 평화상이 발표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거세질 테다. 노벨 평화상이 '전리품'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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