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임원대상 세미나서
"경쟁력 회복할 마지막 기회" 강조
'샌드위치' 미중 패권 전쟁 언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에게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에 안주하지 말고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하고 있다. 이달 초 이 회장이 소집한 삼성 계열사 사장단 만찬 자리에서 공개된 영상에서는 인공지능(AI) 등 올해 경영 전략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 영상이 사실상 사장단과 임원들에게 전하는 이 회장의 신년 메시지 성격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를 언급한 이 회장의 메시지도 당시 사장단 만찬에서 공개된 영상에 담겼었다. 올해 영상에는 '샌드위치 위기론'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라진 건 경쟁 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포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면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면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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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 놓인 현재 상황도 강조했다. 앞서 이 선대회장은 2007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이 중국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일본만큼 기술 격차를 벌리지 못한 채 중간 지대에 끼어 있다는 위기의식을 담은 발언이었다.


이 회장이 다시 이 표현을 꺼낸 것은 중국과 일본의 경쟁 구도를 넘어 이제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도 전략적 선택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진 사업 환경에 직면했음을 환기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삼성의 실적이 개선되며 복합 위기 국면에서 일부 벗어났지만 구조적 위험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달 8일 공개된 잠정 실적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액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다음 달 업계 최초로 미국 엔비디아, AMD 등 AI 가속기 시장의 '큰손'에 정식 납품한다. 두 회사의 최종 품질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아 샘플이 아니라 양산 제품 주문이 시작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4분기 HBM3E(5세대) 12단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 구글용 납품 확대에 이어 HBM4 출하도 가장 먼저 시작하면서 "삼성의 메모리 기술력이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만할 때 아니다"…이재용의 경고(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단기 실적보다 기술 경쟁력 회복을 거듭 강조한 것은 현재의 반등을 위기 탈출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 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 역시 이번에 놓치면 재도약의 기회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임원들에게 보다 강도 높은 실행력과 각오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AI 중심 경영 ▲인재 확보 ▲기업문화 혁신 등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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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도 수여했다. 지난해 크리스털 패에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메시지가 새겨졌던 것과 비교하면 위기를 인식한 상태에서 실행과 성과를 통해 과거 삼성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자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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