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의 한 모텔에서 보호관찰 대상자였던 20대 남성이 중학생들을 살해하고 건물 밖으로 추락한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부모는 23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를 상대로 한 5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호관찰·경찰·행정기관 간 공조 및 위험군 관리 체계에서 예견 가능했던 위험을 적절히 차단하지 못한 직무상 과실과 그로 인한 안전관리 체계의 하자가 명백하기 때문에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대한민국이 숨진 중학생과 유족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이유다.
유족 측은 "경찰과 법무부, 대한민국에 분명하게 책임을 묻고 싶다"며 "우리 아이는 엄마 아빠도 없는 차디찬 화장실에서 그 많은 피를 흘리며 죽었다. 부모인 우리는 매일 내 살을 도려내고 싶을 만큼 지옥을 걷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수사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그동안 피해 아이들은 뉴스와 온라인 공간에서 각목치기(성 매수자를 유인해 금품을 갈취하는 범죄), 조건 만남을 한 걸로 도배됐다"며 "숨진 아들은 그저 친구를 살리고 구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그곳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했다.
유족은 "A 씨는 살인자이기 전에 보호관찰 관리 대상자였으며 초범이 아닌 전과자였다"라며 "경찰과 법무부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A 씨에 대해 보호관찰만으로 충분하다고 전자발찌 착용을 기각했다면 보호관찰을 제대로 해야 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회피하지 말라"며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주소를 성범죄알림e에 올려두면 누가 보나.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성범죄자알림e도 믿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찰과 법무부는 사람을 살리고 지키라고 있는 국가기관이 아니냐"며 "왜 우리 아이를 죽게 내버려 뒀고, 국가는 대체 누구를 보호하고 있었나. 다음 희생자를 막을 준비는 하고 있냐"라며 울먹였다.
유족은 "보호관찰, 임의동행, 시스템 미작동 이런 것들은 전부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라며 "국가의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끝까지 제 아이를 지킬 것이다"고 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련은 이 사건에 앞선 사건과 그 처리 결과, 보호관찰 기간과 방법, 관련 기관 간 공조 체계 등 보호관찰제도의 실효성, 사건 이후 피해자 측에 대한 보호와 공적 설명 부재 등을 꼬집었다.
법률대리인은 "보호관찰은 이 사람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해 지속해서 관리하는 제도인데, 주거지도 확보 못 했다는 건 보호관찰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국가가 충분히 관리했어야 하는 범죄자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중과실이 있다고 보인다"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중과실의 정의에 따라 국가가 범죄자를 관리하는 데 있어 중과실이 있다고 인정되기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5억원을 청구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 A 씨가 남녀 중학생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은 중상을 입힌 후 모텔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사건 이후 A 씨는 14세 청소년 대상 성범죄 혐의로 2019년 징역 5년과 신상 공개 고지 및 명령 5년을 선고받은 보호관찰 대상자로 파악됐다.
그러나 공개된 A 씨 거주지 주소는 실제 주거지와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범행 당일 오전 자신의 연인인 20대 B 씨의 주거지에 흉기 등을 들고 찾아가 특수협박 혐의로 경찰에 임의동행됐으나 현행범이나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경찰은 A 씨가 과거 성범죄 전력에 따른 보호관찰 대상자란 걸 파악했으나 법적 근거가 없어 보호관찰소에 경찰 조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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