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사람이 우선' 페링제약
누구나 가족 이루고 살 수 있도록, 난임·생식 특화
R&D 매출액 16% 투자…전문 치료 혁신 선도

편집자주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 규모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각각 세계 2위(2022년)와 4위(2020년)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년부터 10년간 연평균 6.1%에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0.5%로 크게 낮아졌다. 혁신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인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다면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다. 산업계가 혁신 DNA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해외 유명 기업들이 앞서 일군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침체된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마중물은 혁신기업이 될 것이다.

1950년대 스웨덴 말뫼는 대규모 조선소가 번성했던 한편, 인근에는 유제품과 도축 산업도 활발히 이뤄졌다. 내분비학, 호르몬 연구를 위해 동물의 장기가 필요했던 프레데릭 폴슨(Frederik Paulsen) 박사는 말뫼에 '노르디스카 호르몬 연구소'를 설립했다. 사무실 겸 연구실이었던 이곳에서 폴슨 박사는 버려지는 소나 돼지의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을 추출하는 연구에 매진했다. 마침내 폴슨 박사는 1956년 첫 자체 생산 시설을 개소하고, 1961년 합성 펩타이드 호르몬을 대규모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폴슨 박사의 연구는 내분비 치료의 혁신적인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폴슨 박사는 1954년 자신의 연구소를 '페링'이란 사명으로 변경했다. 페링은 독일 서해안에 위치한 푀르 섬 출신 사람을 뜻하는 프리지아어(서게르만어군에 속하는 언어)다. 폴슨 박사는 독일 북부 다게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폴슨 박사의 부모는 푀르 섬 출신이고 본인도 푀르 섬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했다. 나치즘에 반대해 수감생활을 했던 폴슨 박사는 석방된 뒤 스위스로 이민을 갔다가 의학박사가 학위를 따고는 스웨덴으로 이민을 와 지금의 페링제약을 만들었다.

프레데릭 폴슨 박사의 생전 모습. 페링재단

프레데릭 폴슨 박사의 생전 모습. 페링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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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폴슨 박사의 철학은 기업의 근간이 됐다. 페링제약의 미션은 '누구나 가족을 이루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페링제약은 소화기내과 비뇨기과를 비롯해 난임·생식 의학 분야에 집중해왔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에 7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100여개국에서 페링제약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창립 75년 역사를 바탕으로 난임·생식의학 분야를 선도해 온 페링제약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많은 임상 연구를 수행해온 기업이다.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신약 및 제품 개발도 활발하다.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야뇨증 치료제에 이어 방광암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치료제의 한국 승인 절차도 올해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상장기업인 것과는 달리 페링제약은 비상장기업으로 가족 소유 기업이다. 가족 소유 기업은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페링제약은 일관된 투자를 통해 전문 치료 영역에서 혁신을 이어왔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R&D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페링제약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R&D연구소 본사를 두고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에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비상장기업으로 국가별 인력 및 투자 규모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2024년 매출액(23억4300만유로, 약 4조원)의 약 16%를 R&D에 투자했다. 한국 제약회사 중 R&D 비중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한미약품의 지난해 R&D 비용은 매출액의 15%였다. 국내 제약회사 대부분의 R&D 비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정 한국페링제약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페링제약은 글로벌 페링그룹의 전문성과 혁신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연결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페링제약

김민정 한국페링제약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페링제약은 글로벌 페링그룹의 전문성과 혁신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연결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페링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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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주년을 맞은 페링제약의 장기 전략은 단순한 제품 확대가 아닌 가족형성과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의 영역에서 치료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김민정 한국페링제약 대표는 "난임·생식의학 분야에서는 임신을 원하는 환자의 전반을 포괄하는 솔루션을 강화하고, 소화기 영역에서는 재발 예방 및 관리 차원에서의 치료 접근에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비뇨기 및 방광암 등 종양 분야에서는 유전자 치료를 포함한 혁신 기술을 통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보는 미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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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단기적인 제품 성과를 넘어 각 치료 영역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신뢰받는 전문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한국페링제약의 목표"라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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