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건설사 2년 연속 최다
돌파구 없는 업계…정부 간담회 예고
건설경기 침체가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기성(공사 실적)은 19개월, 고용은 20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인 가운데 올해도 침체 국면 탈출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 연간 성장률은 1.0%에 그쳤다. 4분기 건설투자는 건물과 토목이 모두 줄어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7.4%를 기록했다. 한은은 건설투자가 중립적이었다면 연간 성장률이 2.4%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 부문이 성장률을 1.4%포인트 가까이 깎아 먹은 셈이다.
2022년부터 누적된 착공 물량 감소가 본격적으로 기성에 반영되고 있고, 고금리와 각종 규제 강화로 공사기간이 길어지면서 회복 속도가 더뎌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높은 금리와 원가 상승(원자재, 장비운영료, 인건비 등)으로 사업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한 뒤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기성(공사 실적)은 2024년 5월부터 19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며 역대 최장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성액은 1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5.6% 줄었고, 최근 3년 11월 평균보다 3조1000억원 낮았다. 민간 부문 타격이 특히 컸다. 지난해 11월 누적 민간기성은 10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했다.
건설업 고용을 상징하던 '200만명'도 무너졌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건설업 연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2만5000명(-6.1%) 감소한 194만명을 기록했다. 2013년 산업분류 개정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까지 20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원은 "기성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고용 조정이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숙련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생산성과 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문 닫는 건설사는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은 675건으로, 200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다였던 2024년(641건)을 또다시 넘어섰다.
수주실적은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18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에 그쳤다. 공공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26.8% 줄어든 반면 민간 주택수주가 29.6% 늘며 감소 폭을 상쇄했다. 다만 수주 증가는 재개발·재건축에 편중됐고 공공·토목 발주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자금 회수가 막힌 '악성 미분양'은 계속 쌓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6만8794가구로 전월보다 0.4% 줄었지만,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166가구로 전월 대비 3.9% 증가하며 2012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가 공사비를 지출하고도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물량이어서 재무 부담으로 직결된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건설경기가 소폭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본격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건산연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2% 증가한 약 27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난해 큰 폭 감소(-8.8%)에 따른 기저효과이고,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 회복 폭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공공 발주 확대가 시장을 떠받치지만 민간 부문은 고금리와 규제 부담으로 회복이 더딜 것으로 봤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은 "대형 건설사는 해외에서 활로를 찾지만 1만2600여개 회원사 대다수는 그런 여력이 없다"며 "국내만 바라보는 상황인데 일감은 줄고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 협회장은 "건설업계가 어렵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 차가 크다"며 "정부와 국회가 현장 목소리를 듣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만남의 기회를 계속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만간 건설업계를 만나 현장 어려움을 청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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