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연출작 '직사각형, 삼각형'
서로 다른 단면만 고집하는 '불통'의 기하학
아이의 눈으로 '거리두기'의 미학 완성
가깝다는 이유로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한집에 기거하며 식사하는 관계라 할지라도, 각자가 인식하는 실체는 판이하다.
배우 이희준의 연출작 '직사각형, 삼각형'은 이 서글픈 아이러니를 포착한다. 좁은 거실을 무대 삼아, 가족이라는 입체의 이면(裏面)을 기하학적 은유로 조명한다. 묘사는 생동감이 넘치고 지독하리만치 사실적이다. 시끌벅적한 명절날 같은 거실 구석에 앉아 가족들의 민낯을 목격하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웃으며 시작된 대화는 금세 고성으로 변하고, 급기야 몸싸움으로 치닫는다. 경제적 서열과 가부장적 질서, 해묵은 감정의 앙금이 뒤섞여 폭발한다. 외면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이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는 진준호(진선규)가 종이로 접어 만든 삼각기둥이다. 그는 가족들에게 "이게 어떻게 보이세요"라고 묻는다. 측면에 있는 아주머니 김미숙(김희정)은 "삼각형", 정면에 있는 손위 처남 박광희(오용)는 "직사각형"이라 답한다. 각자의 시선에서는 명백한 정답이다. 하지만 냉정히 짚어보면 실체의 단면일 뿐 온전한 전부는 아니다.
이 장면은 가족 간 갈등의 본질을 꿰뚫는다. 하나같이 자기 삶은 반듯한 직사각형으로 인정받길 원하면서, 타인의 인생은 불안정한 삼각형으로 규정하고 훈계하려 든다. 상대를 입체적으로 조망하지 않고, 자신이 선 위치에서 보이는 단면만으로 재단한다. 소통의 부재는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시각의 고정성에서 기인함을 뼈아프게 짚어낸다.
이렇게 생긴 마찰은 이웃과의 분쟁으로 비화한다. 서로를 힐난하며 내전을 벌이던 가족들이, 외부 위기가 닥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합심해 전열을 재정비한다. 직전까지 안으로만 향하던 날 선 각을 거짓말처럼 바깥의 적을 향해 일제히 겨눈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던 모난 도형들이 하나의 견고한 방어선으로 결속하는 모양새다.
이는 이성적 판단보다 '피'가 앞서는 한국적 혈연주의의 배타적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갈등을 봉합하는 기제가 상호 이해가 아닌, 타자에 대한 공동의 적개심이라는 사실은 씁쓸하면서도 묘한 현실감을 안긴다.
이 질펀한 소동극의 화룡점정은 가장 어린 구성원의 시선에서 완성된다. 이웃과 엉겨 붙은 어른들의 육탄전을, 손녀 박은서(이하랑)가 종이 모형의 구멍을 통해 들여다보며 해맑게 웃는다. 순간 치열한 가족들의 투쟁은 우스꽝스러운 슬랩스틱으로 치환된다.
찰리 채플린이 설파했던 '거리두기 미학'의 직관적 구현이다. 무구한 아이의 응시를 빌려, 매몰된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 비루한 다툼조차 삶의 생동하는 한 조각이 됨을 넌지시 일깨운다. 가까이서 보면 찌를 듯 날카로운 도형들도,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서로를 지탱하는 퍼즐 조각이 된다. 이 적절한 거리두기야말로, 상처투성이인 관계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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