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킹스 앤드루 여 한국석좌
아시아경제 화상 인터뷰
"AI·반도체 韓기업 전략적 가치도 커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출범한 뒤 보인 예측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진보 정권인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와 '플레이 볼(play ball·상대에 맞춰 협상에 응하다)'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워싱턴D.C. 기반의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한국석좌(사진)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아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이해했고, 투자, 국방비, 개인적 칭찬 등 트럼프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을 제공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미 정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제기한 우려와는 대조적인 흐름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지난해 6월 백악관은 미·중 사이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앞세운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논평을 내고, 중국의 민주주의 개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우려했다. 백악관이 한국 대통령 당선 발표일 중국의 개입 문제를 노골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여 석좌는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투자에 대한 압박이 커진 만큼 "(한국 기업들의)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과 전략적 가치는 오히려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들도 자신들의 역할과 위상이 더 중요해졌다고 느낄 것"이라며 "한국 기업인들은 미국 기업,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접촉이 가능한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엔비디아와 이재용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의 협력 사례를 언급했다.
여 석좌는 지난 1년간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업적에 대해 평가하며 10점 만점에 2점을 줬다. 동맹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같은 성과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성향을 과도하게 반영한 관세와 이민·국경통제 정책이 미국 사회에 미친 부정적 여파가 더 크다고 봤다. 특히 2기 행정부는 1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막을 '방 안의 어른들'이 부재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 석좌는 브루킹스연구소에 소속된 한국계 정치학자로 미국과 동맹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워싱턴D.C.에서 가장 유력한 싱크탱크 중 하나로 꼽힌다.
다음은 여 석좌와의 일문일답.
-트럼프 집권 2기 첫해를 1점에서 10점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2점을 주겠다. 거의 매일 새로운 정책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관세가 대표적으로, 미국은 이제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며 관세로 재차 동맹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부담을 안긴다. 이민과 국경 통제 정책은 방향성 자체는 맞다. 그러나 집행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 긍정적 요소를 꼽자면 제조업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대한 관심, 핵심 광물과 AI 등 미래 기술에 대한 문제의식을 들 수 있다.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을 이끌어낸 점은 분명한 성과이지만, 단기 성과에 가까우며 미국에 대한 동맹국의 의존도를 낮췄다.
-2기는 1기와 비교했을 때 더 나아졌다고 보는지.
▲2기가 1기보다 더 나빠졌다고 본다. 외교적으로는 주목을 끄는 행보가 많았다. 베네수엘라, 이란 공습,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분쟁 중재 시도 등이 그렇다. 외교적 성과가 커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 정치의 불안정성을 키웠다. 다소 놀라운 점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약 2%의 성장률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에 대한 신뢰 하락, 정치적 양극화 심화, 국제적 불확실성 증가를 종합적으로 볼 때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판단하게 만든다.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한미관계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미동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관리하는 데 상당히 능숙했다. 윤석열·바이든 정부 시기에는 양국 정상이 모두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래서 한미관계가 매우 원활하게 작동했다. 탄핵 이후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재명 정부는 예상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동맹을 어렵게 만들지만, 동맹은 결국 관리와 유지의 문제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 등 이른바 '동맹 관리자'들은 여전히 한미동맹의 지속을 원하고 있다.
-다른 동맹국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위치는 어떻다고 보는가.
▲한국은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이해했고, 투자, 국방비, 개인적 칭찬 등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을 제공했다. 그 결과 한국은 정치적 완충 장치와 협상 자산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반면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은 그린란드 문제 등으로 상당한 외교적 자산을 소진했다. 아시아 동맹국은 중국이라는 전략적 변수가 있기에 관계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도 있다.
-트럼프 2기 첫해를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삼성, SK,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들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자동차 관세가 25%에 이르면 이는 기업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2022~2023년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아직 그 성과를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이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은 소비 규모가 매우 큰 시장이며, 유럽이나 동남아보다 이윤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다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훨씬 더 큰 위험을 안고 있으며 미국 투자 확대가 한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 이민 단속 사건은 어떻게 보는가.
▲매우 불행한 사건이었고, 발생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동시에 투자 유치와 이민 단속 정책 사이의 모순을 미국 정부가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 이후 한미 양국은 워킹그룹을 구성해 비자 문제를 논의했고, 이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사과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노동자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사실상 가장 가까운 형태의 유감을 표명했다. 현시점에서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배터리 공장들이 AI·에너지 등 다른 용도로 전환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이 가장 유리할까.
▲한국에 가장 유리한 선택은 여전히 미국과의 동맹 강화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안과 중국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중국과의 회담에서는 기후 변화, 교류 확대 등 비핵심 의제가 중심이었고, 서해 문제나 비핵화와 같은 핵심 사안에서는 실질적인 양보가 없었다. 반면 미국과의 회담에서는 방산, 핵잠수함, 대규모 투자 등 실질적인 의제가 논의됐다. 그렇지만 외교 다변화는 필요하다. 중국, 유럽,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를 병행해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내 정치 양극화와 11월 중간선거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미국을 '경쟁적 권위주의 체제'로 규정하기도 한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일시적 정치 운동 세력인지, 아니면 제도화한 주류 정치 세력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마가 성향의 정책과 판결이 영구적으로 남는 것을 막기 위해 의회 권력을 지키려 할 것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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