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인구감소 서울, 공간의 여유를 꿈꾸다
도시화율 81% 달한 韓 감소 필연적
주거 공간 확장, 시내 공원 조성 등
공간적 여유 확대 기회로 전환하길
2026년 새해가 밝았다. 2020년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충격으로 시작했지만, 벌써 6년 전 이야기다. 100년 단위의 한 세기를 한 달처럼 상·중·하순으로 나눠본다면 21세기의 초순도 어느덧 7년 남짓 남았다. 2030년대, 즉 21세기의 중순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21세기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데, 세계 여러 도시에 대한 논의는 20세기 말의 틀 안에서 멈춰 있는 듯하다.
세계 주요 도시를 둘러싼 논의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제는 인구변화다. 선진국은 이미 20세기 말부터 출생률 저하의 방책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여 도시 인구를 유지해왔다. 뉴욕과 런던은 이민자가 전체 인구수의 35%, 토론토와 마이애미는 45% 이상을 차지한다. 이민자 없이 인구를 유지하려면 2.1명의 출생률을 유지해야 하지만, 거의 모든 선진국은 그 밑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0.75명인 한국처럼 1.0명 밑으로 떨어진 국가도 상당수다.
20세기 후반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했다. 도시의 인구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서울도 그랬지만 그 비슷한 시기에 멕시코시티와 상파울루 역시 도시 규모가 커졌다. 21세기 초 중국 여러 도시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고,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인도 자카르타가 도쿄를 제치고 세계에서 제일 큰 광역도시권이 됐다고 한다. 역시 같은 현상의 결과다.
이민을 받아들인 선진국 역시 이미 도시화로 인한 도시 인구 급증을 경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화가 멈췄고, 출생률이 떨어지자 그 공백을 이민으로 해결했다. 도시화 비율이 70% 정도가 넘으면 높은 출생률이 유지되거나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인구 감소는 필연적이다.
서울을 포함한 한국 여러 도시가 처한 상황이 바로 이렇다. 한국의 도시화 비율은 81%다. 이민자수는 예전보다 늘었지만, 다른 선진국의 평균인 총인구의 15%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5%다. 서울이 급격한 인구 감소를 지금까지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여전히 대한민국 핵심 도시이고, 미래를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여전히 매력적 도시이기 때문이다.
2020년대 선진국 주요 도시의 상황은 급변했다. 첫째, 이민에 대한 정치적 반대가 커지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이미 나타난 현상이긴 하지만, 2020년대 들어와 더 강력해지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는 2025년 이민 억제 정책을 도입한 나라가 있다. 그렇다 보니 이민자들이 지속해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를 못 하고 있다. 앞으로의 이민은 고학력 연구자 같은 전문직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고, 그 숫자는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둘째,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발달과 도입으로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해왔던 노동을 지능 있는 기계가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활성화의 축소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고, 전문직 중심으로 이민자를 압축해도 별문제가 없을 수 있다. 알바생을 구하기 어려운 식당과 카페들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도입한 키오스크를 더 많이 도입한 것을 참고 사례로 들 수 있다.
도시화로 인해 인구가 늘어나는 곳은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교통과 환경의 문제를 겪을 것이다. 반면 선진국 주요 도시는 인구 감소가 심해지면서 한편으로는 노동 시장변화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서울은 어떨까. 변화를 앞서 만들어가는 도시로서, 인구 감소에 처한 도시들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조언을 줄 수도 있다.
서울의 인구 감소 전망을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추정에 따르면 21세기 중순의 반환점인 2050년 한국의 인구는 4700만명으로 추정된다. 현재처럼 서울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8.5%를 차지한다면, 전체 인구는 거의 100만명이 감소해 869만여명이 될 것이다. 21세기 하순이 시작되는 2067년 전체 인구는 3900만명으로 예상하는데, 서울이 여전히 18.5%를 차지한다면 서울 인구는 721만명까지 줄어들 것이다. 22세기가 시작되는 2100년 한국인구 수 추정은 오차 범위가 넓긴 하지만, 현재의 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2500만명이 되면 서울 인구는 425만명이 될 것이다. 물론 전체인구가 감소하면서 서울 비율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인구 감소의 가속화는 확실하다.
AI와 지식 산업의 확산을 생각하면 이러한 충격적 숫자가 반드시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핵심은 '공간적 여유'다. 1966년 이호철의 유명한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 출간 당시 서울 인구는 380만명이었다. 당시 인프라와 비교해 너무 많았고 따라서 공간적 여유가 없었다. 60년이 지난 오늘날 서울은 공간적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지만, 생활 수준과 인프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졌다. 인구 감소 시대에는 이러한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공간적 여유 역시 두 가지 측면에서 더 늘어날 것이다.
첫째, 주택이다. 현재 서울은 세계 주요 도시보다 집이 작은 편이다. 원룸 같은 임대주택은 특히 그렇다. 인구가 줄어들면 주택 수요도 줄어들고, 집을 더 잘 팔기 위해 자연스럽게 집이 커질 것이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넓은 집에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며, 삶의 질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둘째, 공원이다. 산이 많은 서울은 놀랍게도 면적의 약 30%가 녹지다. 하지만 시가지 안에 공원은 전체 면적의 3.7%로 매우 적다. 고궁을 포함하면 8.5%로 올라가는데 도쿄의 7.5%와 비슷한 수준이다. 뉴욕은 약 20%가 공원이고 런던도 약 20%가 공원이다. 서울에 공간적 여유가 더 생기면 주요 시가지 안에 공원도 더 만들 수 있다. 산의 녹지와 연결하면 어디에 못지않은 푸른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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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망은 인구 감소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상주의가 아니다. 사회는 늘 변하고 암울하게 보이는 전망이 발상을 달리했을 때 또 다른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모든 일은 음과 양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항상 같이 있다. 인구감소라는 위기를 더욱 좋은 서울을 만들어 나가는 기회로 활용하면 어떨까.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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