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산하기관서 비위 다발…징계 16곳
예산·보조금 다루는 기관일수록 더 엄격해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지난해 임직원 비위로 인한 징계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성희롱 예방 지침을 위반한 사례로 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아시아경제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ALIO)'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문체부 산하 33개 공공기관 가운데 16곳에서 임직원 징계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르코는 지난해 3월 직무 태만 및 회계 질서 문란으로 직원이 정직 처분을 받았고, 9월에는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2차 피해 방지 지침을 위반한 직원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 아르코 관계자는 "언어폭력에 따른 징계였으며 외부 노무법인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돼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1개월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관에서도 유사 사례가 이어졌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취업규칙 및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직장 내 성희롱 등으로 감봉·견책 처분을 받았고, 한국관광공사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인사규정 및 취업규칙 위반으로 정직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국가유산진흥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대한체육회, 세종학당재단, 스포츠윤리센터, 영화진흥위원회,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여러 기관에서 징계가 발생했다. 징계 사유는 직장 내 괴롭힘, 이해충돌 규정 위반,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조직 운영과 직무 윤리에 직결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의 비위가 개별 기관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담당하는 기관에서조차 지침 위반과 징계가 반복된다는 점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비위 유형이 성비위, 직장 내 괴롭힘, 이해충돌 등 조직 문화와 직결된 사안에 집중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문체부는 타 부처 대비 민간과의 접촉 비중이 높고, 지원금·보조금 사업 규모도 커 이해충돌 및 특혜 시비 발생 위험이 높은 만큼 더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의 징계 사실이 수년간 300건 이상 누락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부분 기관이 주무 부처의 평가·감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실제 점검이 형식에 그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위 발생 이후에야 문제가 외부에 드러나는 구조에서는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반복되는 징계에도 기관장 및 관리 책임자에 대한 실질적 책임 추궁이 이뤄지지 않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비위 예방을 위해 제도 개선과 함께 윤리·인사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반복 비위 기관에 대한 경영평가상 불이익 부과, 책임 규정 명확화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요구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염신규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은 "업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규정을 위반했는데도 과도한 징계를 받는 경우가 있는 반면, 기관장이 부처 출신이면 비위 사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사례도 있다"며 "특히 산하기관이 많은 문체부일수록 비위의 경중을 가려 책임에 상응하는 징계를 내리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처의 관리·감독이 산하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해 33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중 16개 기관에서 54건의 징계가 있었는데 2024년 75건보다 줄었다"며 "비위에 의한 징계가 지속적으로 줄 수 있도록 산하 공공기관의 윤리경영을 독려하고 관리·감독에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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