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김치 앞세운 K푸드 미국 식탁 공략
K뷰티도 중국 제치고 1위…뉴욕·LA 주류시장 진입
미국 전역 확산은 숙제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적 저렴한 한 끼인 라면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내 라면을 포함한 K푸드는 미국 수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식품의 미국 수출은 13.2% 증가한 18억달러(약 2조6541억원)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과자류 2억6000만달러(약 3834억원·14.4%)와 라면 2억5000만달러(약 3686억원·13.9%), 쌀 가공식품 1억5000만달러(약 2211억원·8.3%), 소스류 9000만달러(약 1327억원·5.0%), 음료 9000만달러(약 1327억원·5.0%) 등을 기록했다. 이들 품목은 전체의 46.7%를 차지하며 수출을 주도했다. 현지 생산 물량까지 고려하면 라면의 비중은 더 커진다는 평가다.
K뷰티 수출 역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K뷰티의 미국 수출액은 17억4978만달러(약 2조5800억원)로 전년 대비 13.1%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K뷰티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이 같은 수출 확대는 미국 소비 시장에서 K컬처가 일상 소비로 확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K컬처 소비가 음악·영상 콘텐츠를 넘어 식품과 화장품 등 생활 소비재로 확대되면서 K푸드와 K뷰티는 주류 소비 시장으로 진입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한때 일회성·체험형 소비에 머물렀던 이들 산업은 현지 유통망과 결합하며 미국 시장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 식품 시장 규모는 2024년 이후 연평균 4.5% 성장해 2028년 1조326억달러(약 1522조 568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의 1인당 식품 소비액은 약 2503달러(약 369만원), 1인당 식품 소비량은 약 457㎏으로 집계됐다. 2020년 이후 한국산 식품 수입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12.3%에 달한다.
미국 식탁 파고든 K푸드
현지 생산까지 포함하면 미국 시장에서 K푸드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CJ제일제당 과 농심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을 기반으로 생산과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1~9월 미국 매출은 3조5676억원으로 전체 식품 매출의 41.5%를 차지했다. 2024년 연간 매출이 4조7138억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5조원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기간 농심의 미국 매출은 4466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 역시 미주 지역 매출 비중이 2019년 15%에서 2025년 3분기 기준 28%까지 확대됐다.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등 라면 제품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오지우 CGS 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저렴하면서도 간편한 식사 대안을 찾는 수요가 늘며 면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외식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과 맛을 갖춘 라면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외식 물가상승률은 2021년 13년 만의 최고치인 5.3%를 기록한 뒤 2023년 3월 8.8%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 폭은 둔화했지만, 최근에도 4.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치도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김치를 미국 정부의 공식 식이 지침에 포함하면서 김치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이국적인 음식으로 여겨졌던 김치는 건강한 발효식품으로 재조명되며 해외 소비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상 종가의 경우 미국이 2023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2017년 724만달러(악 106억원)였던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1~9월 기준 3296만달러(486억원)로 증가했다. 대상은 뉴욕 현지 치킨 브랜드 록스타 치킨과 한식 파인 다이닝 '꼬치' 등과의 협업을 통해 김치의 글로벌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제치고 1위…미국으로 몰리는 K뷰티
K뷰티 역시 미국 시장을 기점으로 글로벌 확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성과를 낸 브랜드와 제품이 영국과 프랑스를 거쳐 유럽, 중동, 아시아로 확산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 반응과 유통 성과가 글로벌 바이어와 리테일러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미국이 글로벌 뷰티 트렌드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K뷰티의 빠른 안착 배경으로는 e커머스 플랫폼 성장이 꼽힌다. 아마존과 틱톡 숍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유통 채널이 확산 속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닐슨 아이큐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출 증가율은 2%에 그친 반면 온라인 매출은 19% 성장했다.
특히 틱톡 숍을 중심으로 한 소셜커머스 확산이 두드러진다. 숏폼 영상 기반 플랫폼을 통해 제품 사용법과 효능이 직관적으로 전달되면서 소비자 반응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성분과 사용 순서, 효능, 가격을 강조해온 K뷰티 특유의 마케팅 방식이 미국 소비자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온라인에서 성장한 K뷰티는 이제 오프라인 유통망 확장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화장품 시장은 여전히 오프라인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이에 따라 K뷰티 브랜드들은 제한된 품목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매대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2월 북미 세포라에 더마 브랜드 에스트라를 선보였고, 에이피알은 지난해 8월 울타 뷰티 미국 전역 1400여 개 매장에 입점했다. 달바글로벌 역시 지난해 9월 울타 뷰티에 입점하며 오프라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과도 뚜렷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1~9월 미주지역 매출액은 4384억원으로, 전년 동기(3562억원) 대비 23% 증가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39%가 해외에서 발생해, 전년 동기(23%)보다 16%포인트 확대됐다. 달바글로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수출액은 2215억원으로, 전체 매출(3595억원) 가운데 62%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메인 지역 넘어 미국 전역 확산이 관건
다만 미국 시장에서 주류 소비로의 진입은 아직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K푸드와 K뷰티의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광범위한 미국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는 분석이다. 시장 확대 국면에서는 단기 성과보다 브랜드 신뢰도와 품질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관세 이슈 등으로 업계 전반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현지 생산 확대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김치처럼 한국산 채소 사용이 중요한 품목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기점으로 한 글로벌 확산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과 함께 중장기적인 브랜드 관리가 중요하다"며 "대도시를 넘어 미국 전역의 일상 식단과 소비문화 속으로 얼마나 깊이 스며들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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