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기후테크 투자 트렌드 분석' 보고서
기후테크, 이젠 '자본조달·실증'이 성패
韓 기후테크, 스케일업 병목 지속
민관 혼합금융 등 투자 지원 필요
선언과 경고 수준에 머물던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이 최근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접어들며 '기후테크' 산업의 경쟁구도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전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성패를 가를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이젠 자본의 조달과 실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일 발간한 '글로벌 기후테크 투자 트렌드 분석과 한국 투자생태계 활성화 전략' 보고서에서 이와 같이 강조했다.
기후테크는 기후와 기술의 합성어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는 혁신 기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에너지 전환 설비·인프라 투자는 약 2조800억달러로 2015년에 기록한 약 3800억 달러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역대 최대치기도 하다. 각국의 탄소중립 약속이 이제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설비 구축과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지는 본격적 이행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실제 프로젝트를 이행하기 위한 안정적인 자본 조달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투자는 기술 개발 이후 설비 구축 및 양산 단계로 이어지는 성장 자본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고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유망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스케일업의 병목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실증 기회 부족도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혔다. 기후테크는 현장에서 실제 설비를 가동하며 쌓은 운영 데이터가 있어야 기술 신뢰도를 입증할 수 있지만, 현재의 공공 입찰 시스템은 가격 요소를 우선시하고 있어 혁신 기술의 시장 진입이 어렵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보고서는 공공이 초기 위험을 선제적으로 분담해 민간 투자를 유인하는 '민관 혼합금융의 확대'를 제시했다. 이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소요되는 기후테크 기업의 자금 조달 문턱을 낮추는 핵심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미국의 '칼씨드' 사례를 벤치마킹한 공공 연구시설을 활용한 '기술 검증 및 실증 지원', '공공 조달과 연계한 초기 수요 견인' 등도 제언했다. 칼씨드는 초기 기후테크 기업의 '죽음의 계곡' 해소를 목표로, 캘리포니아가 운영 중인 자금·멘토링·실증·보급을 통합한 초기 지원 프로그램이다. 아이디어 단계 기술을 신뢰성 검증 및 파일럿 실증까지 연계해 '개발→검증→시장진입'이 단일 경로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박소영 무협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시아 제조 밸류체인의 허브로서 배터리·철강·자동차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의 양산 기반과 풍부한 수출 경험을 보유한 것이 큰 강점"이라며 "이러한 제조 역량을 기후테크 상용화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공공 주도로 실증 환경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혼합금융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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