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대신 깊이로 '흑백요리사 2' 우승
1%를 위해 10년을 버티는 힘
도파민 시대 거스르는 '조림의 미학'
오늘날 요식업의 트렌드는 '속도'와 '자극'에 방점이 찍혀 있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음식을 빠르게 볶아내고, 손님의 시선을 뺏기 위해 자극적인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덧입힌다. 요리의 본질인 '맛'보다 '효율'이 미덕이 된 세상이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의 우승자 최강록은 이 소란스러운 흐름을 정적으로 거슬렀다. 그는 자신을 '조림 인간' '조림핑' '연쇄 조림마'라고 칭했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재료가 양념을 깊이 머금기까지 뭉근하게 조려지는 인내의 시간을 택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카페에서 만난 최강록은 승리의 환희에 도취해있지 않았다. 그저 가다랑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요리라는 고된 노동의 엄중함을 덤덤히 씹어 삼켰다. 말 하나하나는 도파민과 과장이 지배하는 시대에 그 어떤 자극보다 강렬한 울림이 있었다.
"거창한 철학 같은 건 없습니다. 맛있는 건 원래 귀찮은 거거든요. 편하게 하려고 꾀를 부리면 딱 그만큼 맛이 비어요. 팔이 떨어져라 계속 젓는 거, 그냥 미련하게 버티는 거, 그게 전부입니다."
"조림은 묘미, 10초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알고 보면 누구보다 치밀한 '감각의 승부사'다. 그는 "요리는 시간과 온도 관리일 뿐"이라며 "그저 숫자에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겸손이나 전략이 아니다. 요리를 모호한 감성의 영역이 아닌 철저한 통제의 영역으로 대하는 기술자의 정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이 건조한 숫자 뒤에는 10년간 천착해온 조림의 세계가 있다. 최강록은 "조림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3분을 조렸을 때와 2분50초를 조렸을 때의 맛은 다르다. 기계적인 수치를 넘어, 재료의 상태를 읽어내는 동물적인 감각이 없으면 완성할 수 없는 세계다. 그는 "할 때마다 매번 달라지는 그 미묘한 맛 속에서 최선을 찾는 과정을 즐긴다"며 웃었다.
매 순간 변수와 싸우며 최적의 맛을 찾아가는 최강록에게도 결핍은 있다. 오래전부터 중식의 다이내믹한 불의 요리를 동경해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본질이 '물'에 있음을 인정했다. 가지지 못한 화려함을 탐하는 대신, 가장 잘하는 조림의 깊이를 파고들기로 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담담한 인정은 최강록을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았다.
10년째 조리는 뚝심…장인의 진화
뚝심이 빛을 발한 순간은 결승이었다. 그는 13년 전 '마스터셰프 코리아 2'에서처럼 참깨 두부(고마도후)를 만들었다. 자작자작 끓이면서 큰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올 때까지 세게 저어줘야 하는, 팔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음식이다. 최강록은 "나이가 드니까 팔이 아파서 안 하게 되더라"라면서도 "게을러지지 말자. 나태해지는 나 자신을 점검하자는 생각으로 또다시 냄비 앞에 섰다"고 밝혔다.
요리사로서의 처절한 몸부림은 결국 '최강록'이라는 장르를 완성했다. 남들이 화려한 기술과 새로운 식자재로 치장할 때, 가장 미련한 방식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를 증명해냈다.
그는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우승 당시 다음과 같이 소감을 말했다. "요리는 제 삶의 51%였어요. 인생에서 절반 이상이라는 건 큰 의미죠. (생략) 이번 우승을 통해서 52%가 됐습니다."
또 한 번의 우승을 거머쥔 최강록에게 다시 수치를 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제 53%쯤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강산이 변하고 치열한 서바이벌을 두 번이나 제패했음에도, 고작 1%의 비중만을 늘렸다. '퀀텀 점프'와 '압축 성장'을 강요하는 시대에, 이 더딘 셈법은 오히려 어떤 성공 신화보다 묵직한 '실체(實體)'의 무게로 다가온다.
3억원의 우승 상금 역시 눈앞의 사업 확장에 쓰지 않는다. 최강록은 "노년에 조그마한 국숫집 하나 할 때 밑천으로 쓰겠다"고 유보했다. 그의 시선은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나 '프랜차이즈 재벌'이 아니다. 백발이 성성해도 여전히 주방 한구석에서 육수를 끓이는 '노동자'에 닿아 있다.
그는 인터뷰 말미 "흰 쌀밥에 오이짠지를 먹는 게 제일 맛있다"며 소박하게 웃었다. 과장과 허세가 판치는 세상, 이 슴슴하고 느릿한 기술자의 태도가 묵직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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