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이후 실무 논의 진행
동물복지단체 "멸종위기종 이동은 학대"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자이언트판다 한 쌍을 추가로 들여오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동물복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외교 성과의 상징으로 활용하는 방식 자체가 동물복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이언트판다 추가 대여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양국 환경 당국 간 실무 접촉이 이어졌고, 현재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협의가 진행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중국 측과의 후속 논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정부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관련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외교부가 주도하는 협의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며 "주중 한국대사관에 파견된 환경 담당 인력을 통해 중국 환경 당국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이언트판다는 전 세계 개체 수가 2000마리에 미치지 않는 희귀종으로, 국제적으로 가장 엄격한 보호 대상에 속한다. 국제협약인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협약(CITES)에 따라 상업적 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국가 간 비상업적 연구·보전 목적의 대여는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중국이 이 같은 제도를 활용해 이른바 '판다 외교'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국내 동물복지단체들은 이러한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를 비롯한 10여 개 단체는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야생동물을 국가 간 외교의 결과물처럼 이동시키는 것은 동물의 생존과 복지를 외면한 발상"이라며 "특히 낯선 환경으로의 이송은 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거 사례도 언급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큰 사랑을 받았던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 이후 불안 행동과 이상 징후가 관찰됐다는 점을 들며, 전시 목적의 이동이 동물에게 장기적인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다 추가 임차 논의와 함께 국내 동물원 환경에 대한 비판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기후부가 지난해 처음 실시한 전국 동물원 동물복지 실태 조사 결과, 평가 대상 100여 곳 가운데 대부분이 기준 점수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수준 이상의 복지 기준을 충족한 곳은 손에 꼽혔고, 절반에 가까운 동물원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일부 단체들은 "국내 동물원의 기본적인 사육 환경조차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전시 동물을 들여오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판다 유치를 위해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국민 세금이 동물 전시에 쓰이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단체들은 정책 방향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중 최초로 동물복지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라면 새로운 판다 임대 논의보다 기존 전시동물의 삶의 질 개선과 구조가 시급한 동물 문제 해결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다 추가 임차를 둘러싼 논의가 향후 어떤 결론에 이를지, 그리고 정부가 동물복지 원칙과 외교 정책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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