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개월 내 동결 5·인하 1…통방문 '추가 인하' 문구 삭제
환율, 금리 동결 결정적 원인 "상당한 경계감 필요"
시중 유동성 풀어 환율 끌어올렸다? "팩트가 틀렸다" 이례적 반박 브리핑도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연 2.50%)이 결정됐다. 외환 당국의 안정화 노력에도 새해 들어 재차 1400원 후반 선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이번 금리 유지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향후 3개월 금리 전망 역시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현재 수준 유지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동결'로 크게 기울었다. 지난해 7월 이후 이어진 금리 동결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동결 결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 외환시장과 주택시장 상황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어,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환율, 이달 금리 동결 결정적 원인…"상당한 경계감 유지해야"
이달 동결의 주된 요인은 환율 불안이다. 지난해 말 1480원을 웃돌며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안정책으로 1430원 전후까지 진정됐으나 새해 들어 상승세가 이어지며 재차 1470원 후반 선까지 올라섰다가 이날 소폭 조정을 받은 상황이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 환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며 "상당한 경계감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올해 환율이 재차 상승한 원인으로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란,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대된 점 ▲거주자 해외투자가 국민연금은 감소했음에도 (개인 등) 기타 거주자의 해외투자 증가 속도가 지난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던 10~11월만큼 빨라지는 등 수급 쏠림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짚었다. 개인 투자자의 달러 매입은 환율이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대규모로 사는 형태가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올해 재차 1470원대까지 환율이 상승한 데는 4분의 3가량이 달러화 강세 등 외부 요인, 나머지 4분의 1가량이 수급 쏠림 등 내부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간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과 부합하지 않는 원화 가치 하락과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례적인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이날 오전 환율은 1460원 선으로 내려앉았으나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베선트 장관의 언급에 대해 이 총재는 한국 펀더멘털과 환율 간 괴리는 누구나 동의할 만한 현상을 얘기한 것이라고 본다며 놀라울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측면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10·15 대책과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하지만, 부동산 추가 상승 기대가 여전해 강력한 규제에 따른 일시적인 멈춤일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 총재는 "수도권 주택시장은 서울의 가격 상승률이 연율 10%에 이르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고,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도 풍선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봤다.
시중 유동성 풀어 환율 끌어올렸다?…"팩트가 틀렸다" 이례적 반박 브리핑
최근 정부와 한은이 시중에 유동성을 많이 풀어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최근에 가장 가슴 아프고, 화가 나기도 하는 부분"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한은 총재로 취임한 후에 지난 3년 동안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이 금융안정을 위해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것이었다"며 "그 결과 광의통화(M2)가 늘어나는 추세를 멈췄고, 제 임기 중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M2가 늘어서 환율이 올라갔다고 데이터와 안 맞는 얘기를 하는데, 이게 번져서 한은이 돈을 많이 풀어 환율을 올렸다는 얘기가 많아지고 있어 그게 제일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M2를 미국 등과 비교하면서 유동성이 크다고 하는데, 이는 그 나라의 금융구조가 은행 중심인지 자본시장 중심인지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그 자체를 놓고 유동성이 많다고 얘기하는 건 들어보지도 못한 이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선 총재 기자간담회 직후 박종우 부총재보가 추가 브리핑을 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연출됐다. 박 부총재보는 최근 M2 증가율은 빠르게 하락한 후 과거 평균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고, GDP 대비 비율도 상승세를 멈추고 횡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M2 증가율은 일각의 주장과는 다르게 2022년부터 빠르게 하락을 해왔다. 최근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최근까지 과거 평균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M2 증가율이 환율 상승을 드라이브했다는 얘기도, 코로나19 이전엔 상당한 상관성을 보였으나 이후 방향성 자체가 달라졌다"며 "최근 M2 증가율은 상당폭 떨어졌는데 원·달러 환율은 계속 상승 추세를 지속하는 등 사실상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비해 GDP 대비 M2 비율이 높은 건 금융시장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의 차이에 따른 결과로, 고환율의 원인이 될 수 없단 설명이다. 박 부총재보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과 같이 금융 부분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에서는 이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자본시장 중심인 서구권에서는 그 비율이 낮다"며 "미국의 GDP 대비 M2 비율이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건 전체 금융권에서 은행업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3% 정도로 우리나라(45~4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확한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여러 의견이 시장에 많이 돌고 있고, 이게 여러 경로를 통해 확산하면서 실제 환율 상승 기대를 키우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추가 인하' 문구 삭제, '성장세 회복 지원'으로
금통위는 최근 2%를 웃돌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유가 안정세 등으로 점차 물가 목표(2.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이 과정에서 높아진 환율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한은 전망치인 1.8%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글로벌 반도체 경기 상승세 확대와 예상보다 양호한 주요국의 성장세 등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탄탄한 IT 경기에 반해 비IT가 부진을 지속하는 등 부문 간 격차가 큰 'K자형 회복'을 보이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통위원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뿐 아니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문구 역시 '당분간 동결'에 힘을 실었다. 이번 통방문에는 지난해 11월에 담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 결정' 등 추가 인하 문구가 삭제되고 '성장세 회복을 지원' 등으로 수정됐다. 이 총재는 다만 "향후 6개월 후 등 이후 금리 전망은 아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렵다.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중소기업·지방 부문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저신용 자영업자 및 지방소재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의 운용 기한을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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