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돈·외로움 3중고 장기간 고민
핵심은 '비용' 아닌 '인간 존엄 유지'
가족 희생보다 사회적 책임 강화
노년기 파산 대비 장치 마련 등
다양한 일본 사례 풀어내면서
'한국형 산업' 아이디어 담아
2022년 현지 개봉한 일본 영화 '플랜 75'는 초고령층으로 인해 사회·경제 붕괴 위험에 놓인 근미래의 일본을 그린다. 영화 속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기괴하다 못해 섬뜩하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정부 정책 '플랜 75'는 노인들이 75세가 되면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각종 캠페인을 통해 노인의 결정이 미칠 좋은 영향에 대해 홍보한다. 존엄사를 결정한 노인이 혹 마음을 달리 먹지 않을까 우려해, 매일 전화로 노인의 의지를 확인하는 콜센터도 운영한다. 이 영화가 와닿는 이유가 "일본이라면 정말 저렇게 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라는 이들도 있다. "남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며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힘을 얻는다면 이런 극단적인 정책도 나오지 않겠냐는 상상, 혹은 편견.
실제로 일본의 고령화 문제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단카이(團塊) 세대'라고 불리는 1947~1949년생 베이비붐 세대가 작년 모두 75세 이상이 됐다. 게다가 1억2000만 인구 중 29%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현실의 '플랜75'는 영화와 정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노인의 삶이 '비용과 효율'로만 계산되는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해 일본은 수십 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일본 담당 애널리스트인 나미선의 저서 '노후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는 이러한 그들의 노력을 각종 사례와 숫자로 풀어낸다. 책 제목인 '노후불안'은 '개인'과 '국가'의 불안을 동시에 의미한다. 책은 건강, 돈, 외로움이라는 노후 불안의 세 축을 해부한다. 이중 일본의 가장 큰 변화는 건강 불안을 대하는 관점이다. 일본은 노년의 건강을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닌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권리'로 재정의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사이 10년의 격차로 발생하는 '간병의 시기'는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이 감당할 짐이 되어선 안된다. 이같은 고민은 2000년 개호(돌봄)보험 도입이라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돌봄을 가족의 헌신에서 꺼내 사회적 책임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또한 노년의 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은 연금의 한계를 인정하고 실버 인재센터와 시니어 친화 일자리를 통해 고령자를 일터의 주체로 세웠다. 동시에 치매와 사기로부터 자산을 보호하는 신탁 서비스와 자산관리 플랫폼을 구축했다. '벌기보다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노후 경제의 본질을 제도에 녹여낸 것이다. 노인 대상의 금융 리터러시를 통해 저축 위주의 투자 방식을 벗어나게 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후반부에서 다루는 '종활(終活)' 비즈니스는 죽음을 금기시하기보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장례와 유언, 관계 정리까지 산업화했다. "남은 사람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는다"는 과제의 현실적 해법을 사업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다.
물론 이런 일본의 사례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힌트를 줄 뿐 그 자체로 '정답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문화, 수도권 집중, 삶에 대한 시각 등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은 일본 모델을 그대로 이식했을 때 전혀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저자도 책의 말미에 한국형 시니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건강 도시락 공동구매', '시니어 맞춤형 주택 리모델링' 등 참고할 만한 내용이 여럿 있다.
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 ㅣ 나미선 지음 ㅣ 매일경제신문사 ㅣ 368쪽 ㅣ 2만1000원
박충훈 콘텐츠편집2팀장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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