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50배 차이 '송 썽 블루'와 대조
관객 평점 93% 입소문…골든글로브 정조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미국 극장가에서 '소리 없는 기적'을 쓰고 있다. 스크린 수천 개를 장악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물량 공세 속에서, 불과 마흔다섯 관으로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북미 영화 흥행수입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열세 관에서 소규모로 개봉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 2일부터 마흔다섯 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개봉 열흘간 걷어 들인 티켓 매출은 약 198만 달러(약 29억원). 쟁쟁한 경쟁작들 틈바구니에서 박스오피스 12위를 기록하며, '톱10' 진입을 목전에 뒀다.
이 성과가 값진 이유는 단순한 매출 총액이 아닌 '흥행의 질(質)'에 있다. 같은 시기 개봉한 휴 잭맨·케이트 허드슨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송 썽 블루'와 비교하면 그 저력이 명확해진다. '송 썽 블루'는 2587개라는 압도적인 스크린 수를 앞세워 2494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개봉 2주 차 일요일 매출이 전주 대비 24% 하락했다. '개봉 반짝' 효과가 꺼지는 추세다.
반면 '어쩔수가없다'는 정반대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이 무려 97.7% 폭증했다. 스크린당 티켓 매출에서 할리우드 스타가 출연한 대작을 압도한 것은 물론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 속에 흥행에 불을 붙었다. 전형적인 슬리퍼 히트(Sleeper Hit·초반엔 미약하나 롱런하는 흥행작)'의 조짐이다.
수치 뒤에는 작품성에 대한 탄탄한 지지가 있다.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일반 관객 평점(팝콘 지수)은 93%를 기록 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서사", "클래식의 품격을 갖춘 박찬욱의 최고작"이라는 등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호평이 상영관 확대 요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극장가의 뜨거운 반응은 이제 시상식 무대로 향한다. 전날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는 각색상과 외국어영화상 수상이 불발됐지만, 오는 11일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어워즈'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외국어 영화상, 남우주연상(이병헌) 등 세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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