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대표 선임으로 승계 속도
윤씨 일가 20%대 지분 변수
삼화페인트 가 고(故) 김장연 회장의 장녀 김현정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며 3세경영 체제를 출범시켰으나 경영권 수성 여부를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공동 창업주인 고 윤희중 선대회장 일가가 20% 넘는 지분을 보유한 데다 수백억원대 상속세 납부 등의 관문이 남아 있어서다.
6일 도료 업계에 따르면 삼화페인트는 전날 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함과 동시에 이사회를 열어 그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삼화페인트는 이로써 김 대표와 배맹달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선친이 보유하고 있던 삼화페인트 지분 전량인 619만2318주(22.76%)를 상속받아 최대주주(지분율 25.80%)에 올랐다. 기존 보유 지분과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산하면 김 대표 측 지분은 28.1%다.
대표이사 선임으로 경영권은 확보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지배구조 안정성에 쏠려 있다. 현재 2대 주주는 윤 선대회장 일가로, 약 2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 지분 격차는 8%포인트 안팎에 불과하다. 윤 선대회장 일가는 200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2014년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계기로 한 차례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인 전례가 있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 지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상황에서 김 대표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것은 상속세다. 현 주가(5일 종가 기준 7240원) 흐름이 이어질 경우 김 대표는 오는 6월 말까지 2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식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김 회장 생전 설정된 주식담보 계약으로 상속 지분의 약 47%(290만주)가 담보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규모는 30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이로 인해 추가적인 주식담보대출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당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배당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지분 일부 매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김 대표 측 지분은 통상 상장사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30% 중반대의 지분율에 미치지 못한다. 20%의 지분을 가진 윤씨 일가가 경영권 탈환을 위해 행동주의 펀드 등과 손을 잡을 경우 김 대표가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삼화페인트가 최근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 5%를 일본 협력사인 츄고쿠마린페인트(CMP)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우호 세력 지분은 늘린 상태다. CMP는 1988년 삼화페인트와 합작법인(JV) '츄고쿠삼화페인트'를 설립하고 30년 넘게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온 곳으로, 김 대표 측에 우호적인 주주로 평가된다.
분수령은 오는 3월 열릴 정기 주주총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가 겸임한다는 정관에 따라 배 대표가 맡고 있으나 김 대표가 이사회 의장직까지 승계하며 장악력을 높일지도 관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본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속세 리스크를 지분 희석 없이 해결할 수 있겠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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