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론에 막힌 사업장, 리츠로 '재기' 모색
대학 기부 토지·지방 역세권도 후보군 물망
日 2~5% vs 韓 13%…부동산 쏠림 해소 기대
HL그룹이 서울 성수동 옛 한성자동차 벤츠 서비스센터 부지에 신사옥급 오피스를 짓기 위해 프로젝트 리츠(REITs) 설립을 추진한다. 프로젝트 리츠는 부동산 개발 단계부터 설립 신고만으로 착수해 준공 후 운영·배당까지 이어지는 개발특화형 리츠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프로젝트 리츠가 도입된 이후 서울 강남 등지에서 프로젝트 리츠를 통한 도심 개발이 나타나고 있는데 서울 강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프로젝트 리츠가 시행된 지 두 달 만에 서울 도심 수조 원대 복합개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L그룹 자산관리회사(AMC)인 HL리츠운용은 '에이치엘성수프로젝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한 프로젝트 리츠 설립 신고서를 최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개발이 완료되면 HL홀딩스와 HL디앤아이한라 등 계열사가 입주하는 제2사옥이나 임대 오피스로 활용될 전망이다. 프로젝트 리츠 1호 사업자인 국내 최대 부동산개발사 엠디엠그룹에 이어 코람코자산신탁· SK디앤디 ·HL그룹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HL 등 기업들이 프로젝트 리츠에 관심을 둔 건 개발 과정에서 브로커나 시행사 등이 가져가던 중간 마진(프리미엄)을 걷어내고 '원가'에 우량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장 리츠를 운용하는 AMC 임원은 "리츠 주주들은 대부분 연기금, 퇴직연금처럼 안정적인 배당을 원한다"며 "프로젝트 리츠로 개발 초기부터 원가에 자산을 확보하면 투자자에게 더 높은 배당을 안겨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개발부터 운영까지 단일 체계로 이뤄지기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1위 AMC인 코람코자산신탁과 부동산개발사 SK디앤디 역시 강남역 인근에서 사업비 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오피스 개발을 위해 프로젝트 리츠 설립 신고 접수를 마쳤다. 공공부문에서는 인천도시공사가 제물포역 도심복합사업(3497가구)을 프로젝트 리츠로 추진한다.
하림·현대차·롯데…강남·서초 노른자 땅 풀린다
프로젝트 리츠의 가장 유력한 후보 지역은 하림 그룹이 10년 전 매입한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다. 8만3183㎡ 부지에 물류·판매·업무시설과 아파트·오피스텔 등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6조8712억원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자금 조달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가 관건이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만큼 대출만으로 밀어붙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는 부담이 크다"며 "토지 현물출자, 에쿼티 유치 같은 옵션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리츠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현대차 도 프로젝트 리츠 활용에 나섰다. 지난해 말 코람코자산신탁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수도권과 광역시 주요 입지에 분포된 보유 부동산 개발 및 유동화를 검토 중이다.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맞은편 주차장 부지 역시 프로젝트 리츠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지 5600㎡에 지하 6층~지상 33층 규모의 복합시설 콘셉트다. 오피스 등 임대 운영이 가능한 자산 비중이 커 개발 후 운영까지 염두에 둔 프로젝트 리츠 제도 취지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칠성 음료의 서초동 물류센터 부지도 대어로 꼽힌다. 강남역 인근 약 1만3000평 규모 노른자 입지다. 롯데칠성 부지는 장부 가액(약 4000억원) 대비 시가(3조~4조원 추정)가 매우 높아 개발 시 발생하는 세금 부담과 사업비 규모가 상당한데, 프로젝트 리츠가 이를 해결할 수단이 될 수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대체투자팀장은 "프로젝트 리츠 구조로 개발하기 위한 준비 작업 중" 이라며 "서울시와 용적률 등 협의가 필요해 빠르면 올해 최종 인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인가받은 후 자금이 막혀 멈춘 사업장이 프로젝트 리츠로 다시 숨을 틔울 수 있느냐도 관심사다. 대신자산신탁이 관리하는 삼성역 인근 강남구 대치동 일대(비취타운)가 대표적이다. 감정평가액 2254억원 규모의 이 부지는 브리지론 상환 실패로 공매까지 나왔던 곳이다. 프로젝트 리츠를 통해 대출 대신 지분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진 한국디벨로퍼협회 정책연구실장은 "브리지론에서 본PF로 못 넘어가고 있는 비주택 사업장들이 프로젝트 리츠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자금 조달이 되면 연대보증이나 채무 불이행 리스크만 덜어도 시행사 입장에선 큰 도움"이라고 했다.
이 외에 대학들이 기부받은 토지들도 떠오르는 후보로 꼽히고 지방에선 한화솔루션 이 추진 중인 사업비 1조원대 울산 KTX 역세권 복합개발사업 '뉴온시티'이 프로젝트 리츠 후보로 거론된다. 한화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PF 사업은 세제 특례에 일몰이 붙어 있다는 점이 리스크"라며 "개발사업 검토 시 프로젝트 리츠를 옵션으로 열어뒀다"고 했다.
서울 복합개발 붐에 290조원 자산 쏟아질 듯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가 대기업들이 묵혀둔 '장부상 자산'을 '실질 가치'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12개 주요 그룹의 자산총계(약 2207조원) 중 부동산 관련 자산(유형자산·투자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3.2%(290조원)에 달한다. 일본 주요 기업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2~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 자산이 과도하게 부동산에 쏠려 있어 자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팀장은 "세금 부담 탓에 장기간 활용하지 못했던 상당수 부지가 서울 핵심 입지"라며 "최근 용산역·서울역·동서울터미널·강남 고속버스터미널·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 등 철도·터미널 부지 개발 계획이 윤곽을 드러내며 서울 복합개발 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프로젝트 리츠의 세제 이연 혜택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무수익 자산이었던 부지를 활용할 유인이 커졌다"며 "복합개발 형태로 추진되는 만큼 서울 주택 공급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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