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연 나흘 앞두고 장례식장으로
중학교 짝꿍의 마지막 배웅
"어릴 때부터 착했던 내 친구…
하늘에서도 연기하며 편히 쉬길"
"성기야, 거기서 또 만나자." '가왕(歌王)'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입술은 부르터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지만, 60년 지기를 떠나보내는 슬픔이 더 커 보였다.
조용필은 5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평생의 친구였던 배우 안성기의 영정 앞에 섰다. 오는 9일 예정된 전국투어 서울 공연을 불과 나흘 앞둔, 숨 가쁜 일정 중이었다. 그는 "공연 준비로 입술이 다 부르틀 정도지만, 친구가 변을 당했다는데 어떻게 안 올 수 있겠나"라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동중학교 동창인 이들은 같은 반 '짝꿍'이었다. 조용필은 "집 방향이 비슷해서 학교가 끝나면 매일 같이 걸어 다녔다"며 "성기는 어릴 때부터 성격도 좋고 참 착한, 아주 좋은 친구였다"고 빛바랜 추억을 꺼내놓았다.
각자 가요계와 영화계의 정점에 선 뒤에도 둘의 우정은 변치 않았다. 조용필은 "우리가 만날 때는 '가왕'이나 '국민 배우'가 아니라 그저 친구였다"며 "만나서 장난도 치고 골프도 치며 어울렸다"고 했다. 안성기는 1997년 조용필의 TV 쇼에 출연해 듀엣 무대를 꾸미기도 했고, 2018년 조용필 데뷔 50주년 축하 영상의 첫 주자로 나설 만큼 각별했다.
그렇기에 친구의 투병과 비보는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조용필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혈액암으로 입원한 친구를 보러 왔다가 병실에 들어가지 못해 주차장에서 고인의 아내와 이야기만 나누고 발길을 돌렸던 일을 회상했다. 이어 "완치를 판정받고 나한테 '용필아, 다 나았어'라고 했을 때 정말 기뻤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그는 "하고 싶은 게 아직도 많았을 텐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영화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고 애도하면서도, 마지막 인사는 친구다웠다.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편안히 가라. 거기 올라가서도 못다 한 연기 계속하고… 잘 가라, 친구야."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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