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PCR)을 거치지 않고도 바이러스를 신속·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크리스퍼(CRISPR) 진단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향후 현장에서 이뤄지는 감염병 대응력을 높이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나노연구센터 강태준 박사 연구팀이 우의전·박광현 박사팀과 공동으로 이 같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이 새로운 크리스퍼(CRISPR) 진단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이 새로운 크리스퍼(CRISPR) 진단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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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도 극미량의 바이러스 리보핵산(RiboNucleic Acid·RNA)을 곧장 찾아낼 수 있다. 기존 PCR 진단법의 한계를 넘어 신속·간편하면서도 정확한 감염병 진단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에 널리 사용된 PCR 방식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수회 복사해야 하는 탓에 전문 장비와 숙력된 인력 그리고 검사에 장시간이 요구되는 단점이 있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병이 급속하게 확산될 때 현장에서 신속 진단이 어려웠던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공동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는 새로운 CRISPR 효소인 'Cas12a2'에 주목, 이 효소가 바이러스를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를 하나씩 밝혀 가장 적합한 작동 조건을 찾아냈다.


또 유전자를 증폭하지 않아도 극미량의 바이러스 RNA를 직접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Cas12a2'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PCR 방식보다 정확하게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효소는 바이러스 RNA가 맞는지를 2회에 걸쳐 확인하는 방식이다. 엉뚱한 신호에 잘못된 진단을 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또 목표를 찾아 아주 약한 신호도 포착해 낸다.


공동연구팀은 이 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해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11가지 도구(crRNA)도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실험한 결과 서로 다른 4가지 도구를 함께 사용할 때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1가지 도구보다 4가지 도구를 동시에 사용할 때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정확도와 민감도가 월등하게 높아진 것이다.


실제 실험과정에서 4가지 도구를 동시 활용하면 기존보다 최대 1000배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검출이 가능했다.


공동연구팀은 이 기술이 실제 감염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증도 거쳤다. 다양한 코로나19 변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이 결과 알파·델타·오미크론 등 26종의 변이가 모두 정확하게 검출된 것은 물론 감기를 일으키는 일반 코로나 바이러스·독감·메르스(MERS) 등 다른 바이러스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아 목표 바이러스만 골라내는 높은 선택성이 확인됐다.


특히 실제 병원에서 확보한 245건의 환자 검체를 분석했을 때 PCR 검사와 민감도·특이도가 100% 일치하는 정확도를 보여 임상 현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기술임을 입증했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RNA를 따로 추출하는 번거로움도 생략할 수 있다. 단순한 열처리와 용액 처리를 거치면 바로 검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공항·항만, 학교, 군부대 등 빠른 판단이 필요한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휴대용 장비에서도 정상 작동한 점은 현장형 감염병 진단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을 높인다.


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 증폭 없이도 바이러스 RNA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공동연구팀은 이를 기반으로 독감·RSV·항생제 내성균 등 다양한 감염병 진단으로 기술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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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국제 과학저널 '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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