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쟁터의 시간, 한국은 52시간에 갇히다]
①근로기준법 개정안 대표 발의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대상에 AI 종사자 추가
건강권도 보장 "與, 함께 논의 해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인공지능(AI) 개발자에게도 적용됐던 주 52시간 규제를 풀 수 있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11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근로기준법 제63조 2항을 신설해 근로시간 적용 예외 대상으로 AI 등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를 추가하되 해당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신기술 등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 적용하지 않고 초과 근무가 허용될 경우 ▲의사 면접 지도 ▲보상 휴가 또는 특별 휴가 부여 ▲건강진단 실시 ▲연차 휴가 연속 사용 촉진 ▲건강 문제에 대한 상담 창구 설치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 6월에 발의한 주 52시간 규제에 예외를 두자는 내용의 법안 후속, 보완 성격이 강하다. 여권에서 근로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보호를 이유로 주 52시간제에 예외를 두는 것에 대해 난색을 보이자 이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마련하자는 내용을 포함해 입법을 앞당기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개정안 통과 여부는 AI 벤처·스타트 업계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미국·중국 등 AI 패권국과의 경쟁에서 촌각을 다투고 있는 업계는 주 52시간제로 인해 생산성 저하, 구인난 등 문제를 겪고 있다. 주 52시간제에 따라 근로자는 1주간 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주 52시간제를 위반할 시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기 때문에 스타트업 경영자들은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김 의원은 "지금이 연구개발과 전문직에 대한 근로시간 예외와 강력한 건강 보호 조치를 결합한 제도 개선을 논의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52시간 법안이 개정되지 않은 채 이대로 흘러간다면 공식적으로 강력한 근로시간 규제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혁신도, 건강권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일문일답.
-주 52시간제에 대한 AI 업계의 현장 목소리는.
▲AI 벤처·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빠른 대응과 단기간 몰입을 통해 성과를 창출한다. 그런데 현행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은 이러한 업종의 특성과 부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AI 업계는 새로운 논문과 자료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서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한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가 많은데 일정상 단기간 집중 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에도 근로시간 제약으로 인해 업무 효율성과 개발 속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납기일을 맞추면서도 결과물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도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산업구조가 제조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제도는 여전히 제조업 기반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장시간 공장 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래서 근로시간 규제를 도입한 것이지만 창의성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시간의 투입이 생산성 확보를 담보하지 않는 산업에서도 제조업과 같은 방식의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AI를 포함한 첨단산업의 연구개발 업무는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기 때문에 필요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이후에는 충분히 휴식하는 프로젝트형 근무가 필수다. 이재명 정부는 '대한민국을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정작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AI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산업 활성화 방향과 근로시간 제도 방향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우리 산업 경쟁력과 연구개발직 근로자의 건강권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 고도의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긴 것은 사실이고, 높은 집중도를 요구하는 연구개발직 근로자들의 건강권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I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안보와 기술패권을 좌우하는 인프라다. 경직된 근로제도로 AI 인재와 기업이 해외로 유출되면 타격이 매우 클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완 입법을 이번에 발의했다. 여당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논의해야 한다.
-해외 AI 개발사 및 개발자들의 상황은.
▲중국 AI 및 테크 업계는 뿌리 깊은 996 문화(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근무)가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AI 기업들은 주당 80~100시간을 일하는 초고강도 노동에 노출돼 있다. 그런데도 많은 연구자, 개발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일자리에 뛰어들고 있다. 산업계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일괄적인 규율로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산업은 성장시키면서도 그 안에서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은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통해 근로시간 규제를 면제하되 건강권 보호조치 강구를 의무화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AI·반도체 기업들이 한국 대신 근로 시간이 더 유연한 국가에 연구개발 거점을 두는 현상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미 국내 기업들도 핵심 개발인력을 미국·싱가포르 등으로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우리나라 청년 개발자·연구자들 역시 해외로 가겠다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단지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수준을 넘어 한국이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서 점점 밀려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더 우려되는 점은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는 그대로인데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꼼수 운용이 늘어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 52시간제도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색지대에서 과로와 야근이 누적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에도, 법치의 신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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