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장

선배들이 쓰던 장비 그대로 배우는 관행
국산 의료기기 성능 개선에도 외산에 밀려
의료진 사용경험 늘면 피드백 축적
성능 향상·산업 성장·수출 확대 선순환 기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정작 국산 의료기기는 수입산에 밀려 그 잠재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될까. 우세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장(안과 과장)은 그 이유로 "의료진이 국산 의료기기를 접하고 활용할 기회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았다.


우세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5 보건산업 성과교류회'에서 '의료진 사용 경험 확대로 이뤄낸 국산의료기기 사용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우세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5 보건산업 성과교류회'에서 '의료진 사용 경험 확대로 이뤄낸 국산의료기기 사용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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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의료기관은 대형 병원에서부터 지역 보건소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사용해 익숙하고 관련 논문·데이터가 풍부한 수입산 의료기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이미 검증된 글로벌 프리미엄 의료기기를 경쟁적으로 들여놓고 이를 병원 홍보에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 사이 국산 의료기기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성능도 개선됐지만, 인지도 부족과 정보 비대칭 탓에 의료 현장에서 선택을 받기 어려웠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수련받는 전공의들 또한 선배 의사들이 사용하던 장비를 그대로 배우고 따라 쓰다 보니 전문의가 되거나 개원을 한 이후에도 외산 의료기기를 고집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게 우 센터장의 지적이다.

그는 "의사들이 교육·훈련 단계부터 다양한 국산 의료기기를 직접 사용해 보고 어떤 종류의 제품이 있는지, 품질은 어떠한지 경험을 쌓는다면 외국산만 무작정 선호하진 않을 것"이라며 "의료진의 사용 경험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피드백이 축적되고, 이는 국산 의료기기의 성능 향상과 산업 성장, 수출 확대를 이끄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 센터장이 직접 국산 의료기기 도입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 시 사용하는 인공수정체 중 국산 제품 비중은 0.4%에 불과했고, 안과 수술용 현미경은 사실상 100% 수입산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인공수정체처럼 한 번 눈에 삽입하면 평생 써야 하는 제품은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제조사의 설명만으로 의사가 제품 변경을 결정하긴 쉽지 않다.

우 센터장은 국산 인공수정체 제조사를 접촉해 제품을 검증하고 2022년 정식으로 병원에 재료 도입을 추진해 실제 환자에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인의 눈에 보다 최적화된 제품까지 출시하면서 지금까지 560건이 넘는 국산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했다. 그는 "막상 사용해보니 망막과 백내장 수술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국산 제품이 더 유리한 점도 있었다"며 "서울대병원, 국립대학병원에서도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신뢰 기반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수술용 현미경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독일 등 외산 제품과 비교해 화질과 안정성이 떨어졌으나, 우 센터장이 직접 사용하며 발견한 문제점을 제조사가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의료진이 제공하는 피드백이 제품 품질을 개선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셈이다. 그는 "제조사가 보완한 수술용 현미경을 다시 들여와 테스트하고 또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3~4번 반복하자 교육·훈련용 장비로 쓸 수 있을 만큼 품질이 업그레이드됐고, 해외 바이어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결국 수출로도 이어졌다"며 "의사가 실제로 사용하고 지속해서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 국산 의료기기 발전의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병원 내에 국산 의료기기를 충분히 교육·실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정부의 교육·실증 지원사업 또한 제조사와 병원의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200평 규모의 교육훈련 시뮬레이션센터를 운영하며 신규 의료인 교육과 신기술 실습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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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센터장은 "우리 의료기기 기술력은 임상 현장의 사용 경험과 피드백이 받쳐준다면 글로벌 기업들과 충분히 경쟁해볼 만한 수준"이라며 "의사 교육과 병원 시설이 변화해야 국산 의료기기 시장의 문도 활짝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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