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스튜디오 세 곳 모두 테크 기업 손에
작가·감독·배우 노조, 일제히 반대 성명
극장 업계 "극장 산업에 전례 없는 위협"
테크 기업이 100년 영화 스튜디오를 삼키자, 할리우드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발표 직후, 작가·감독·배우 노조와 극장 업계가 일제히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작가조합(WGA)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이 주요 경쟁자 중 하나를 흡수하는 것은 반독점법이 막고자 했던 전형적인 상황"이라며 "이번 합병은 차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자리 감소와 임금 하락, 엔터테인먼트 노동자의 전반적인 근로 조건 악화를 우려했다.
감독조합(DGA)과 배우조합(SAG-AFTRA)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감독조합은 "이번 거래는 중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넷플릭스와 향후 비전에 대한 논의를 예고했다. 배우조합은 "주주에게는 이익일지 모르지만, 창작 인력의 생계와 경력에는 중대한 질문을 던지는 거래"라고 밝혔다.
촬영 현장 스태프를 대표하는 트럭운전사노조 로컬 399도 "탐욕에 기반한 기업 권력 집중은 좋은 노조 일자리와 조합원의 생계, 업계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노조들의 민감한 반응에는 과거 합병의 학습 효과가 깔려 있다. 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한 뒤 수천 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고, 워너 역시 디스커버리와 합병한 이후 여러 차례 감원을 단행했다. 2023년 작가·배우 대파업을 거쳐 스트리밍 보상 체계를 손질한 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몸집 줄이기' 명분이 생겼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극장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워너 영화는 올해 평균 77일의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 90일에서 이미 줄어든 수치다. 넷플릭스는 대부분의 자사 작품을 스트리밍 전용으로 공개하고, 일부만 짧은 기간 극장에 걸어왔다. 업계에서는 이 전략이 워너에도 적용될 경우, 극장 독점 창구가 45일 이하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 극장주·체인 협회는 성명을 내고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는 글로벌 극장 산업에 전례 없는 위협"이라며 "그 충격은 대형 멀티플렉스뿐 아니라 소도시 단관 극장까지 전 세계 스크린에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즈니-폭스 합병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합병 이후 폭스 레이블의 중간 규모 영화들이 급격히 줄자 극장 편성이 블록버스터 몇 편과 저예산 영화로 양극화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캐나다 주요 일간지들은 당시를 두고 "극장에 재앙에 가까웠다"고 평가하며, 넷플릭스-워너 결합은 그보다 더 큰 충격을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도 나온다. '규칙 없음'을 앞세워 전통 스튜디오 질서를 흔들던 넷플릭스가, 이제는 가장 오래된 스튜디오 중 하나인 워너를 품에 안으면서 결국 기존 시스템 안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다. 물리적 스튜디오와 강성 노조, 막대한 고정비를 떠안게 되면 파격보다는 '검증된 속편' 중심의 보수적 편성이 강화될 것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할리우드 매체 데드라인은 이번 거래를 "테크 자본의 할리우드 점령이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아마존이 MGM을,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이 파라마운트를 각각 손에 넣은 데 이어, 넷플릭스까지 워너를 인수하면서 100년 역사의 주요 스튜디오 세 곳이 모두 테크 기업이나 테크 거물의 우산 아래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조직 문화 충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데드라인은 "넷플릭스 특유의 성과 중심 문화가 워너 직원들에게 또 한 번의 문화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너는 지난 20년간 AOL, AT&T, 디스커버리 등 서로 다른 성향의 대주주를 거치며 조직 문화 변화와 구조조정을 반복해 왔다. 3년 전 디스커버리 인수 때도 강도 높은 감원과 내부 갈등이 뒤따랐다.
다만 핵심 제작 인력은 상당수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HBO 최고경영자 케이시 블로이스, 워너TV 회장 채닝 던지 등은 유임 가능성이 큰 인물로 거론된다. 블로이스는 지난 10년간 업계에서 성공한 TV 프로그래밍 책임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던지는 과거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을 이끌다 2020년 워너로 옮긴 인물로, 당시 서랜도스 CEO가 이직을 만류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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