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금지원, 선별기준만 바꿔도 韓 총생산 최대 0.7% 늘어"

한국은행, 중장기 심층연구 보고서

중소기업 지원, 규모 늘었지만 효과는 제한적
매출·자산 등 규모에 치우친 지원 기준 탓
업력 낮을수록 생산성 높아…구조 바뀌어야

현재 매출·자산 등 규모에 치우친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기준을 생산성 중심으로 바꾼다면 지원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우리나라의 총생산이 최대 0.7%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 한국은행은 '중장기 심층연구-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장근호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최기산 거시경제연구팀 과장 등이 작성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정책은 정책금융 중심으로 지원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양적으로는 규모가 큰 편이다. 지난해 기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는 중소기업 관련 예산은 약 34조5000억원으로, 지원사업수는 1761개에 달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정책자금 규모는 1997년 대비 5.4배, 신용보증은 7.8배 늘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지원 규모와 정책개입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2022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책금융 비중은 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4%를 크게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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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 성과는 분명하지만 생산성과 역동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은 실증분석 결과, 정책지원이 기업의 매출 확대, 폐업률 감소 등 외형적 성장과 단기적 생존 측면에서는 효과를 나타냈으나, 생산성·수익성 개선, 설비투자 확대 등 중장기 성장기반 확충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지원액이 1% 증가할 경우, 자본생산성과 총자산 대비 순이익(ROA)은 1년 차에만 효과가 확인됐고, 2~3년 차부터는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금액 기준으로 환산하면 업체당 정부지원액이 1억원 증가할 때 자본생산성은 약 0.31% 감소하고, ROA는 0.038%포인트 감소했다. 설비투자 역시 정부지원액 1억원당 연평균 약 332만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런 한계는 중소기업 지원제도의 설계 과정의 구조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성과 연관성이 낮은 매출액 규모 지표에 의존에 지원 대상을 정하고, 중소기업 자격요건이 정부의 지원과 규제 기업을 가르는 문턱으로 작용하면서 기업의 성장 회피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에 적합한 구조조정 제도가 미비해 부실기업에 제때 퇴출되지 못한 것도 정부 지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데 일조했다고 짚었다.

한은은 분석 결과, 이런 구조적 한계를 개선할 경우 지원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누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바꾸는 것으로 총생산이 약 0.4~0.7% 증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원 기준을 매출액 중심에서 업력으로 전환할 경우 생산성이 높은 7년 이하 저업력 기업으로 지원 자금이 재배분되면서 총생산이 0.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피터팬 증후군(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전환 회피 현상) 완화 효과 0.06%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구조조정 효율성을 미국과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개선하면 총생산이 0.23% 증가하고, 한계기업 비중도 0.23%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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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상 과장은 "앞으로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지원사업 수나 예산 규모 등 지원의 양을 늘리기에 앞서, 대상 선별과 인센티브 구조 개선을 통해 생산성과 역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며 "매출, 자산 등 규모에 치우치기보다는 생산성과 혁신역량 등을 핵심 선별 기준으로 삼고 민간의 심사 및 투자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하지 않는 업력 등 보완지표를 병행해야 한다"고 "부실 조기식별과 자율조정, 질서 있는 퇴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구조조정 체계 정비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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